brunch

물드는 사이

-위로

by Sapiens



<am.5:50>



순간, 목이 잠겨 소리가 잘 나지 않듯, 자고 일어난 자리에서 피곤함이 몰려오듯, 힘든 마디 위에서 당황하거나 허우적거릴 때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 기대고 위로받길 바랄 때가 있다.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순간순간 공허함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차분함과 따뜻함 그리고 고요함을 건네주는 건, 음악이다.


요즘에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을 만나며 위로받는다. 귓전으로 들어와 온몸을 휘감는 전율은 위로를 넘어 지친 마음을 삼켜버린다.


한 곡을 만나는 시간 동안 짧지만 효능은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어 잠자던 감각들이 깨어난 환기된다. 그 누가, 무엇이 이런 치유를 해 줄까?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고 감각을 깨울 때도,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에도,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에도 음악과 동행하려고 하는 편이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자신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언의 대화는 나의 촉각과 청각을 예민하게 하며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속에 들어앉아 감정 속에 모든 것들을 토해내며 위로받는다.


한 곡이 끝나고 고요함이 찾아올 때 한결 가볍고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과 만난다.


이처럼 음악은 나를 다양한 색채 속에 넣어 서서히 물들이는 작은 빠레트와 같다. 템포에 따라 심장에 와닿는 신호음은 달라진다. 가끔은 쪼여들 듯한 아픔이 싫지 않은 이유다. 오히려 그러한 통증은 음악이 끝이 나면 자극이 되어 더욱 강렬한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좋은 기억 속에 머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나만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매력이다. 비로소 나를 만나고 나를 이해하고 쓰다듬으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중독은 이끔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중독은 살아가면서 꼭 한 번쯤은 해보길 바란다. 그 중독 속에 머물 수 있을 때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자신의 모습과 직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물들어간다. 청각으로 시작해 온몸으로 서서히 물드는 사이 또 다른 나로 태어나 세상 속에 홀로 피어날 용기를 품는다. 이 순간에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심이 피어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