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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출강을 마무리하며

by Sapiens

비와 눈이 섞이며 자동차 지붕을 내리치고 있다. 남편이 청주공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훑어보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딸아이와 남편이 하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며 지나온 시간 속에 잠기고 있다.


올해는 제주에서 용인, 충남을 오가며 출강을 하였다. 그리고 제주에서도 도서관들과 중학교, 그리고 기관들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학생들을 만났다.


그 한가운데 나는 강사와 작가라는 이름으로 강단에 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와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유영하였다.


그렇게 여러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임기응변능력도 늘어갔다. 특히 내가 진행하는 강의 방식이 일방적 강의 형식이 아니라, 쌍방향 형식을 취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신기해했다. 물론 항상 새로움은 어색하고 당황스럽게 한다.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강사의 코칭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다른 상황에서 만나는 청강생들과 소통하는 일은 긴장 속 즐거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하지만 차시가 지날수록 마음의 빗장이 서서히 열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울고, 웃는 분위기는 무채색의 강의실을 다양하게 물들인다.


어제가 올해 출강 마지막 날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다.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떨리다며 뒷좌석에 앉겠다던 옅은 미소를 짓던 분, 그래서 떠오른다. 그분은 끝까지 개근을 하셨다. 마지막 수업이라며 과자와 음료를 모든 수강생을 위해 준비하고 오셨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따뜻한 톡을 보내오셨다. 말하는 게 두려웠지만, 말을 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고. 작은 변화지만 자신에겐 큰 의미였다며... 항상 마음속까지 끌어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읽으며 뭉클한 마음이 다가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출강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배운다.


신창 중학교에서도 그랬다. 아이들이 보내준 사랑이 그랬고, 국어과 선생님께서 마지막 차시 때 내민 작은 봉투에 담긴 편지가 뭉클하였다.


평생학습관에서 만난 선생님들과도 따뜻한 점심을 함께하며 많은 사랑을 주셨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살아서 내 마음속 깊은 서랍 속에 차곡차곡 담기고 있었다.


참 많은 사랑을 주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한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어서 그들이 내밀고 품어 준 사랑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그들이 있어 내가 빛이 나고 있었다.


어느새 차는 청주공항 진입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제주로 돌아간다. 한 달간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유영을 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며 나의 오십 줄기는 더욱 튼튼하게 엮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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