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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차가운 계절이 아니었다

-겨울 냄새

by Sapiens

<am.5:50>



겨울 냄새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이 부시던 시간이 어느덧 울긋불긋 변하더니 시린 겨울이 찾아왔다.



해미읍성을 찾았던 2주 전만 해도 차가운 바람으로 인해 몸을 약간 움츠릴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겨울 속에 앉아 겨울에 물들어버리고 있었다.



어젯밤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온도차가 컸는지 자동차 안 유리는 순식간에 뿌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답답한 시야 때문에 창문을 내렸다. 순간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겨울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다. 풍광보다 먼저 나를 사로잡은 건 냄새였다. 시리지만 싫지 않은 겨울 내음. 잠시 눈을 감고 후각을 맡겨본다. 찬 공기는 폐포 속으로 들어와 온몸에 존재감을 건네고 있었다.



겨울이다. 11월의 마지막 날을 향해 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여기저기에 등장하며 거리를 화려함 속에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익숙한 광경은 특별하게 와닿지 않았다.



시야는 차가운 거리 위를 뒹굴며 돌아다니는 꾸깃한 낙엽이, 시린 바람으로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가, 힘든 노동을 마친 지긋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가는 무거운 발걸음이 시야에 맴돌고 있었다. 겨울 풍경 속 모락모락 피어나는 냄새는 그들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겨울은 차가운 계절이 아니었다. 바깥은 귀가 시릴 만큼 아리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손길은 따뜻한 온기인지도 모르겠다. 그 온기들이 모여 겨울 냄새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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