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여느 때와 다른 한 해를 보낸 해이다. 이어지는 실타래의 긴 생명처럼 내 앞에 펼쳐졌던 것들. 그것은 도서관출강, 중학교 출강, 도외 타 지역 도서관 출강, 배달강좌, 사부작문학출판동아리신설, 평생학습 경연대회 우수상 수상, 소소의 모닝페이지 개설로 첫 번째 워크숍 개최, 독립서점 출강, 책출간 프로젝트, 전시회 개최, 북페어 동참, 새로운 줌강의 개설 등이다.
누군가 세워둔 약속처럼 한 강의가 끝나면 다른 강의들이 어어지면 섭외 전화를 받았다. 신기하면서도 기뻤던 프러포즈였다.
그 덕분에 타 지역을 오가며 그곳의 지역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대 위에 서면서 더욱 강해지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준비한 것들을 펼쳐 보이면 됐었다면 강의가 더해질수록 강사는 무대 위에서 하나의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정점이 용인 수지도서관에서의 만남이었다. 스스로에게 작은 가슴을 토닥토닥거리며 응원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젊은 날 나의 꿈은 캠퍼스를 거닐고 강단에 서서 대학생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나는 여기 까지는구나!'라는 생각으로 학원강사로 머물며 만족했었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는 생각으로 방향을 전환했었다.
지난 9월 국어과 첫 수업으로 중학교 강단 위에 섰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마치 꿈을 다시 꾸는 듯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1학년 교실로 들어가던 첫걸음이 잊히지 않는다. 8차시의 수업이 끝나고 국어과 선생님은 작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빼곡하게 적힌 감사한 마음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고맙다는 감정이 짙고 소중
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11월 마지막 주, 한 해의 출강을 마무리하던 화요일 밤, 청주 공항에 앉아 밤하늘의 어둠과 맞이했을 때의 나는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누군가와 만나면서 이별을 생각한다. 어떻게 시간을 채우고 어떤 향으로 머물다 떠날 것인가? 나는 시작점에서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살다가 어느 마디쯤 서로 나눈 말이 생각난다면 감사할 것이다.
출강을 하면서 만나는 수강생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되어 주었고 나의 존재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홀로 존재함은 없고 혼자 할 수 일은 없다. 그래서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블로그에서 만난 소소 님과의 만남 또한 소중했다. 서로의 선한 영향력으로 모닝페이지를 하는 동아리가 탄생되었고 대면으로 만나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니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이러한 일을 기획할 수 있다는 일이 놀라웠던 강력한 시간이었다.
만남이란 참으로 다양한 이벤트로 삶 속에 펼쳐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과 관계할 것인가? 어떤 관계 속에 자신을 둘 것인가? 는 삶의 질을 결정하고 있었다.
새벽마다 만나는 모닝페이지를 통해 글 쓰는 습관이 정돈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매 순간 느낀다. 그 속에서 함께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음을, 그 흔들림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주고 지지대가 되기도, 때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새기게 해 주기도 한다.
살다 보니 살아가다 보니 오십이라는 마디에 신이 주신 시간의 선물은 삶의 보람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양육의 끝자락 수고했다며, 이제 너의 삶을 살아가라고 내어주는 여유가 참으로 감사하다. 그러기에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다. 매 순간이 소중하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가리.'
어릴 적 앉은뱅이책상 위, 벽 위에 걸려 있던 액자 속 글귀이다. 그 시절 무슨 의미 인지도 모른 채 각인된 짧은 문구가 어른이 되고 삶의 시간이 늙어갈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나에게 주어진 시절인연 속 펼쳐지는 사건들을 사랑한다. 내 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길들을 기꺼이 걸어가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길이 아픔일지라도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기에.
그렇게 또 소중한 한 해가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 그 흐름에 올라타 새로운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