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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시절을 사랑할 수 있다면

-나의 어린 시절

by Sapiens


<am.5:50>



주변의 모든 것이 작고, 존재하던 세상이 너무 커서, 커다란 암흑처럼 느껴지던 시절. 그럼에도 꼿꼿하게 서서 작은 알의 천정을 뚫고 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돌이키며 조심스럽게 걸어가 서성이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문득문득 어둑한 색채로 그려져 있다. 그 어둠이 나에게는 희망이었고, 살아 숨 쉬며 걸어가게 했던 그 무엇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무엇인가? 사람은 죽어서 어떻게 될까? 그럼 지금 존재하는 나는 무엇이지? 그리고 나이 든 어머니의 바지런한 삶을 바라보며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주던 시절의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속에서 답답하고 침울했던 모습이 꽉 차올르고 있었다.


작은 키안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은 한순간도 그 순간이 주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삶은 고통이라는 진리를 인지하지 못한 채, 그 삶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히려 그 순간을 사랑했기에 그냥 스쳐 지나치지 못하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르겠다. 삶을 살다 보니 이제 어린 나에게 조금은 위로의 말을 건네본다.


다시 그 시절 속 시간에 존재하는 어린 나를 만난다. 토닥이며 너무 애쓰지 말라고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삶의 일기를 내밀어주고 싶다. 그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아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었으니까.


다시 그 작은 시절의 나로 돌아가 그 아이를 만난다면 조금은 미소 지으며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고독했을 시간을. 앞이 보이지 않았던 현실을. 수많은 질문 속 존재하던 그 시절을 맘껏 유영하라고. 그것이 네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으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깊이만큼 펼쳐진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채색되며 모습을 드러내듯 알아차리고 있었다. 앎의 시간도 멈춤이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느리더라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작은 세상 속 존재하던 나를 사랑한다. 수많은 질문 속 허덕이던 나를 사랑한다. 삶의 이치를 찾아 헤매는 순수한 눈을 사랑한다. 나는 이미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 다시 그 시절의 나를 그려본다. 다시 그 시절의 나와 사랑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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