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piens Jan 12.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야기


<am.5:50>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 어제 제주에서 서울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 다시 김포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용인까지 이동하였다. 지난 주의 집정리 등으로 노곤함이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서울의 공기는 제주의 공기와 확연히 달랐다. 제주에서는 기온이 낮아 추우면 웅크리지만 서울의 공기는 얼굴을 스치며 몸속으로 다가오는 촉감이 시리다. 매번 느끼는 겨울의 마중은 낯설다. 고향이 아님을 확연하게 느끼게 한다. 이처럼 새로운 공간의 이동은 익숙함에서 오는 친근감마저 흔들리게 한다.


다행히 아들이 용인 근처 정거장까지 차를 몰고 나와 주었다. 공항버스에서 내린 남편과 나는 아니나 다를까 금세 콧등이 시렸다. 펼쳐져 있던 코트의 지퍼를 여미기에 바쁘다. 풀려 있다간 감기에 걸리기 십상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서 있었던 정거장에 머무는 일은 곤욕스러울 만큼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이동이 주는 기분 전환은 좋았다. 제주에서 다시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수지로 이동하면서 마음만은 기쁨을 향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 생각의 끝에 저만치 익숙한 차의 번호가 보인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발이 먼저 다가가 차를 세운다.


남편과 나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 사방으로 차단되어 있는 작은 공간 안에 머물고 있는 아들이 반겨준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에 추위보다 따뜻한 온기를 느껴본다. 남편과 보내는 시간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 사실 공항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에스코트를 해 준 남편의 배려는 사라지고 정거장까지 달려와 준 아들의 배려에 감사한 공기가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들, 고맙다."


누군가 다가와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공기는 금세 달라졌다. 우리는 차에 편안히 몸을 맡기고 대화 속으로 빠져 들었다. 아이들의 오피스텔로 가서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더 이상 바깥 날씨에 몸이 시리지 않다. 아들이 다니는 대학 캠퍼스에 위치한 카페에서 남편과 나는 짧은 데이트를 즐겼다. 아들이 볼일을 보는 사이 잠시 옛 시절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시큰거리는 추위가 을씨년스럽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추위에 떨며 서 있음에도 우리는 어느새 시린 추위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몸속으로 이곳의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