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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Apr 11. 2024

공간

-나만의 아지트


아침 다섯 시 삼십 분,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줌을 켜고 있다. 모니터 왼쪽 주변으로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오른쪽에는 컵들이 지난밤의 흔적처럼 놓여 있다. 노트북 앞에 작은 패드를 펼치고 앉는다. 패드에 전원이 들어오며 깜박이는 화면은 마치 나의 졸리는 눈처럼 전원이 온, 오프가 반복되듯 지나간다. 그러다 하얀 모니터로 전환된다. 파일이 열리는 순간 내 정신도 번쩍, 졸음은 서서히 달아난다. 그렇게 정신과 육체는 깨어난다.


줌을 켜고 줌 주소를 단체 카톡에 남긴다. 그리곤 유튜브에서 배경음악을 고른다. 광고 없는 음악을 검색하며 아침의 분위기와 맞는 BGM을 선택한다. 음악을 고르다 보면 마음의 빗장을 걷어내는 음악을 클릭하듯 기분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함께 모닝 페이지를 하는 글동무들에게 영감을 주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려고 하는 편이다.


매일 아침 같은 루틴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행위 속, 마음은 매번 다른 모양과 색으로 칠해진다. 똑같은 책상 위 작은 공간이지만 매 순간 분위기는 다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서도 다른 오늘이 펼쳐지고 있듯, 책상 위 먼지도 하루의 시간만큼 쌓여 있다. 볼펜의 잉크도 사용한 만큼 줄어들어 있다. 어제 사용했던 컵도 얼룩진 채 하루를 보냈다. 어제와 같은 모습처럼 보이는 이 공간도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주변은 자기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삶 속에서 공존함을 느낀다. 변화를 감지하며 살아가는 내가 되려고 노력해 본다. 그러다 보면 혼자 있는 공간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아침마다 만나는 이 공간은 나에게 아침을 여는 나만의 아지트가 되어주고 기 때문이다. 누군가 바라보는 시선에 어지럽다고 어수선해 보일지라도 나는 안다. 그들의 존재 이유를. 각자의 소임을 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음을. 그 곁에서 나는 오늘도 나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그들과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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