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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Apr 10. 2024

아침을 여는 소리

-나의 알람소리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꿈속 세상에서 나오라고 울리는 소리는 평온한 정적을 깬다. 손이 자연스럽게 움찔거린다. 머리맡으로 팔을 뻗어 뒤척인다. 여기저기 훑다 보면 작고 네모난 또 다른 세상이 손 안으로 훅 들어온다.


‘잡았다.’


눈을 반쯤 뜨고 윙크하듯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바라본다. 새벽 네 시 사십오 분. 다시 눈을 감고 얼굴을 베갯속으로 파묻는다. 아직 삼십 분은 더 잘 수 있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하고 있어 미리 알람을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삼십 분의 추가시간은 남은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의 의미로 다가온다. 새벽잠은 항상 그런 느낌이다. 다시 시간이 되어 일어났을 때는 주변의 소리가 감각을 깨운다. 꿈속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물 내리는 소리,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감각들의 뒤척임, 열어놓은 창문 밖 세상에서 비상하고 있는 새들의 요란한 몸짓이 아침의 정적을 깨며 더욱 소름 끼치도록 울어댄다.


‘아, 상쾌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는 밤 사이 흘린 땀으로 칙칙했던 느낌을 해소해 준다. 귀를 정화하듯 수시로 들리는 새들의 소리는 기계음인 알람 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침에만 풍길 수 있는 향기와 소리다. 


매일 아침 그들은 문밖에 찾아와 나를 깨운다. 그들과 함께 아침을 여는 시간, 나는 다시 태어난다. 온몸의 세포들을 뒤척이며 접촉한다. 그 촉감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아침은 매일 그렇게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매일매일이 새날임을 알려주는 그들이 있어 행복하다. 나에게는 소중하게 알람 역할을 해주고 있는 속삭임이다. 그렇게 약속하듯 우리는 아침마다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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