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찾아온 너를
잠결 속에서 잠시 마주한다.
흩어지며 스치는 작은 바람의 선율이
귓전에서 서성인다.
뜨거운 태양의 그림자에서
불어오는 그 친구와는 사뭇 다른 촉감이다.
새벽녘 불현듯 마주한 너는
삼복더위로 지친 육체를 식혀주고
물들듯 사라지는 차가운 온기는
계절을 맛보며 퍼져나간다.
여름과 가을 사이로 무던히도 달려온 너는
세상 속 허덕이는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그렇게 스며들듯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않기를
너무 사랑하지 않기를
떠나가는 길목에서 부여잡지 말기를
함께 숨을 쉴 때도 온전한 내가 되어 존재하길.
새벽녘 너는 속삭이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