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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Jun 04. 2024

낯빛으로 피어나다

-내 신발의 의미


자동차의 휠 모양에 시선이 간다. 휠의 디자인에 따라 차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값비싼 차더라도 휠의 생김새에 따라 차의 가치는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옷을 갈아입는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집을 나설 때는 항상 마지막으로 신발을 선택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정신없이 나오는 날도 있지만, 신발의 색, 모양, 디자인에 따라 나의 기분과 옷차림은 정점을 찍는다.


면접을 볼 때 의상도 중요하지만 깔끔한 신발이, 눈에 띄지 않는 신발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신발은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는 표정과 같다. 그래서 나의 시선의 끝은 항상 바닥에 꽂히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발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최소한의 몇 켤레 신발로 세상을 걸어 다녔다면 나이가 들수록 신발들도 벗들이 필요했다. 하루를 달리면 하루는 쉬어주는 일들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그들도 피곤하고 지친 삶 속에서 휴식 시간이 필요하기 시작했다.


신발 모양에 맞춰 발 모양이 달라졌다면, 이제는 발의 형태에 따라 신발 모양이 바뀌어 간다. 발을 감싸고 있는 신발은 멋의 장식품이 아니라 육신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만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편안해지듯, 신발도 세월이 흐를수록, 모양이 낡고 색이 희미하게 바랠수록 부드러워진다. 지금의 낯빛처럼 여유 있는 미소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내 신발은 그 시간과 참 많이도 닮아있다.


처음 신는 신발은 불편하다. 누군가와 처음 마주하는 시간은 어색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적응해 가며 맞춰나간다. 그렇듯, 나에게 신발은 나의 안색과 같다. 그래서 매일, 화장하듯, 정돈하고 얼굴을 씻듯, 먼지와 흙을 털어낸다. 그렇게 매일 깔끔한 모습으로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첫발을 내디딜 때마다 시선에 살짝살짝 비추어지는 신발의 컨디션은 낯빛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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