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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May 21. 2024

자기만의 방

-공간


어제는 새벽까지 집 안 정리를 했다. 며칠 동안 묵혀두었던 재활용품들과 음식물쓰레기까지 버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실 엊그제 구매한 거실 스탠드와 하얀 커튼을 조립하고 설치하는 일까지 해치운 터였다. 조명을 켜고 보니 제법 거실의 분위기가 근사해졌다. 단정한 거실을 바라보니 복잡한 생각을 정리한 듯 한껏 쾌적하다.


조명이 비추는 거실 소파 한편에 앉아있었다. ‘아, 좋다.’ 잠은 저 멀리 사라지고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한 시간 동안 편안한 마음이 찾아든다. 이 순간 머무는 공간이 너무나 흡족했다. 앉아있는 작은 장소가 마음속에서는 훨씬 편안했다. 참, 오랜만에 가져보는 감정이다. 주변을 정리하고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법정 스님의 <텅 빈 충만>처럼 비울수록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렇게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새벽 시간, 잠시 내면을 만나는 여행을 한다. 저절로 여유로운 마음이 스며든다. 접혀있던 마음들이 점점 펴지는 순간이다. 조각조각 펼쳐지는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그 세상 위에서 다시 꿈을 꾸고 날개를 펴면서 비상을 준비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만나는 이 순간,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고 있었다.


홀로 존재하며 아무도 없는 듯하지만, 수많은 자아와 대화하는 이 공간은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이 소소한 선물은 의미 있는 선물로 다가온다. 캄캄한 새벽 시간, 나는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변화에서 새로움을 창조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자기만의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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