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piens May 16. 2024

충전

-교감


비가 오는 날이면 창문 앞에 서성이는 것을 좋아한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내리는 빗줄기는 자꾸 내 마음을 두드린다. 가끔은 세차게, 가끔은 소리 없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그는 내 마음을 요동치거나 고요하게 한다.


오늘도 노크하며 찾아온 그를 찬찬히 마중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교감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눈빛으로 그와 속삭이고, 떨어지는 물방울에 내 눈물을 희석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 우리는 서로 부대끼며 하나가 된다. 속삭이는 그에게 귀를 기울인다. 무언의 속삭임이 마음길을 따라 걸어 들어온다.


흘러내리는 빗줄기들이 내려놓은 찻잔 안에 담긴다. 네 감정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더 가까이 마주한다. 담긴 감정을 마시고 음미한다. 그가 내게 다가와 하나가 되듯, 그의 모습은 냉정할 정도로 차분하다. 내게 다가와 준 그가 감사한 아침이다.


혼란스러운 어제의 일상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시간. 예고 없이 찾아온 그와의 시간이 소중한 순간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이 순간, 나는 새롭게 태어난다. 다시 정화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 갈증을 충전한다. 그렇게 에너지를 받으며 너와 마주하고 있다.


감미로운 빗줄기들의 연주로 내 마음의 소란함을 잠재운다. 그렇게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상이 이어지듯, 그렇게 우리는 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날, 그 아침 시간에 머문 이야기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이전 14화 나의 마지막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