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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May 09. 2024

인생의 징검다리

-살아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의 ‘살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살아오면서 또는 살아가면서 우리는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인 칠정의 감정 속에 머문다.


물론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인생의 사건들 속에 던져질 때면 허우적거린다.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그 사건의 수많은 시간을 지나오며 다양한 감정 속에 휘감길 수밖에 없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나쁜 건만은 아니었다. 때론 기쁨으로 때론 슬픔으로, 때론 환희와 분노가 뒤섞이기도 한다. 증오 속 자신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순간, 순간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멈칫거리며 살펴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무늬가 있듯이 살아가는 형태도 다양한 빛을 지닌다.


인생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누구나 발 앞에 강물이 드리울 때가 있다. 넋이 나가 있는 순간 사고의 전환은 징검다리가 되어 발 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잠시 찾아온 기쁨에 희망을 품고 강물을 건너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결들로 자신만의 무늬를 그려가듯, 우리는 순간 생성되는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완성은 달라진다. 때론 슬픔이 기쁨으로, 좌절이 희망으로, 분노가 용서로 펼쳐지며 마음을 평온 속에 담아낸다.


그러고 보면 매 순간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품게 해 준다. 지금, 이 순간 앉아있는 공간에서도 나는 행복감을 품는다. 책상 위 오른편에 앉아있는 물컵도 나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순간 몰려오는 갈증으로부터 해소해 주니 말이다.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의 찬 공기는 피부에 닿으면서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이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내 인생의 징검다리는 펼쳐진다. 그렇게 매 순간 우리에게는 작든, 크든, 희미하든 분명하든 징검다리는 펼쳐지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놓치고 있을 뿐.


틀어놓은 음악의 피아노 선율이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누군가의 손놀림이 오늘을 여는 아침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들을 잔잔하게 잡아주고 있다. 이처럼 매 순간 징검다리가 하나씩 놓이며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고 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매 순간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순간순간 지나가는 것들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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