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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화양연화

by Sapiens


매일 누군가를, 무엇을 기다린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그것은 소녀의 가슴 깊숙하게 들어앉아 애타게 하기도 했다. 때론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잃은 채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소녀를 지배하는 것들이 온통 그것이 되어버렸다.


현재 속에서 지나온 과거에 앉아 허우적거리던 시간. 지나온 터널은 참 길었다. 소녀가 오십의 중반을 걸어가고 있는 지금 자신의 거울을 돌이켜본다. 중년이 된 소녀는 그 긴 세월이 찰나적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시간은 깜짝할 사이에 소녀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었다. 어느 봄날 중년의 여성은 봄바람이 하늘거리는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만나 속삭이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여성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젊은 날을 만나고 있다. 순간, 떨어지는 꽃잎이 주름진 손등 위로 앉으며 말한다.


“지금의 네 모습이 더 아름다워.”


그 순간, 여성은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짓는다. 말없이 꽃잎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나 지금 살아가는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소녀가 간절히 매달린 시간이 사실 모두 화양연화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피어나는 순간이 있으니 지는 순간도 있는 것, 어느 하나 감탄스러운 순간이 아닌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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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