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공간에서

-딸과의 시간

by Sapiens


첫째가 어젯밤 제주로 내려왔다. 큰 얘는 취업을 하고 오프 때마다 내려와 힐링하고 올라간다. 비행기와 공항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 자체만으로 행복해한다.

보통 엄마라면 얘들이 집으로 내려오면 맛난 음식을 해서 먹일 테지만, 그동안 18년 동안 최선을 다했으므로, 이미 대학 입학 시부터 밥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선언을 했었다.

그래서 스스로 챙겨 먹으면서 내 것까지 챙겨준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 내가 왼쪽 팔 상완근에 건초염이 생겨 팔을 쓸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걱정된다며 내려왔다.

어젯밤에는 비행기가 항공에서 몇 바퀴를 돌며 대기하다 겨우 착륙하는 바람에 나도 공황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얼굴을 보면 좋은 게 자식과 부모의 보이지 않는 사랑일까... 대학 졸업 후 더 자주 내려오는 것 같은데도 내려올 때마다 새롭다.

가끔 만나야 좋다는 말이 이런 의미인 건가...
큰 얘는 집에 도착하고는 피자를 시켰다. 나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고 팔도 아파서 약을 먹고 바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아들의 전화에 잠을 깼다. 아들은 밥을 제때 챙겨 먹으라고 또 잔소리를 한다. 결국 일어나 큰 얘와 함께 오래간만에 가족끼리 자주 가던 태백산을 찾았다. 이곳은 정말 깨끗하고, 맛도 정직하고, 사장님과 직원들이 친절한 곳이다.

차에서 내리자 빨간 걸상들이 사이좋게 거리두기를 하고 앉아 있다. 너무나 앙증맞은 모습에 사진 속에 담아본다.
노란 꽃잎들과 늘어진 초록 잎들이 서로 조화롭게 한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동안 큰 얘는 내 가방을 들고 기다려준다.

누군가는 걸상에 앉아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노란 꽃의 색상에 눈이 부시고, 또 누군가는 늘어진 초록잎들의 속삭임에 사인을 보내기도 하겠지.

식당 입구 이런 공간에 잠시 머물며 봄을 느끼게 해 준다. 시간이 흐르며 또 다른 계절을 보여주겠지.

사진을 찍고 마음에 담으며 느끼는 동안 기다려 주는 큰 얘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에 너는 나보다 더 앙증스럽게 다가가 만져보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커지고 사고가 자랄수록 그 여린 감성과 순수한 영혼은 잠시 숨어버리는 걸까... 그래서 다시 삶의 마음에 여유가 찾아올 때 그 감성이 찾아오는 걸까...

딸아이의 미소를 바라보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둘이 즐겨먹던 갈비탕을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근무생활과 나의 일상들을 꺼내놓았다. 이야기를 먹는 것인지 식사를 하는 것인지... 우리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내려와서 한바탕 이야기하며 소통하고 나면 우린 또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소통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소비하고 또다시 새롭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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