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by Sapiens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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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새벽녘에는 번개까지 쳤다. 안방 침대 머리 쪽 창문 커튼 사이로 불빛이 반짝인다. 일어나 커튼을 여미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오전 9시가 지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의 날씨를 확인했다. 도로는 젖어 있었지만 비는 그쳤다.

아들이 보내준 약과 영양제를 챙겨 먹고 아픈 팔 물리치료를 받으러 집 밖으로 나왔다.

집 밖 공기는 상쾌했다. 대지가 젖어있어 촉촉한 기운이 몸속으로 전해지는데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파트를 나와 걸어가는 보도 위에는 지난밤 차가운 비바람이 멸한 나뭇잎들이 발길 따라 계속 널브러져 있었다. 밟지 않고 피하며 걷는데 하나 둘 밟혀 버린다.

보고 싶다... 갑자기 차분해지는 촉촉한 대지의 기운이 전해져서일까? 아니면 어젯밤 생을 다한 나뭇잎들의 처참한 모습 때문일까?

한 장씩 뜯겨나간 잎들은 마치 멍든 마음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허망하게 분리되어 아무렇게나 허공을 흩날리다 낯선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고 짓눌려서 형체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리의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소리는 나에게 웃으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웃을 수가 없다.

불현듯, 한쪽 팔이 불편해 움직일 때마다 느끼는 통증에 감사한다. 꺾어져서 부서지지 않아서..., 그리고 통증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라서...

아프니까 더욱 그립다. 지난여름 떠나보낸 그가 보고 싶다. 그를 못 본 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8월 그날이 오면 볼 수 있겠지... 무더운 여름날 활짝 핀 모습으로 너를 다시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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