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sapiens
첫째가 내려왔다. 이브닝 근무를 하고 마지막 편 비행기를 타고 늦은 밤, 우리는 또다시 재회를 했다. 대학 졸업 후 자주 보는 편이지만 매 번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아직 직장 초년생이고 배워야 할 일들이 많아 피곤할 텐데 이리 내려와 엄마를 보고 가야 한다니 참 요즘 아이 같지 않은 면이 있는 아이다.
다른 아이들은 연애를 하거나 친구들이 먼저일 텐데, 우리 얘들은 집으로 내려오는 일이 먼저며 가장 좋다고 한다.
첫째인 딸은 어릴 때부터 징징거리며 떼를 쓰거나, 우는 일이 없던 아이다. 참 쉽고 편하게 자라준 아이다. 구덕(제주어:아기요람)에 누어서 자고 있으면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손을 코 가까이에 갖다데고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잠꾸러기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잠이 많은 아이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면 문자를 남긴다. 그러면 차를 몰고 픽업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한다. 항상 몸만 오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거의 지체되는 경우가 없다.
특히 밤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아마도 이번에는 골아떨어졌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에 올라타며 비행기 안에서 푹 잤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독립을 하고 정직원이 된 지 며칠이 안되어서 업무 인계 작업이 두세 시간 늦춰지는 것은 다반사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많이 늦지는 않았나 보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 편 비행기를 예약하는 바람에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했다.
피곤하겠다는 나의 말에 딸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어느새 커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시간의 빠름을 새삼 느낀다.
“엄마, 내일이 어버이날이잖아”
갑자기 딸아이가 하는 말에
“그래서 내려온 거야?”
나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겸사겸사...”
아이는 말을 얼버무른다. 병원일이 많이 힘들 텐데.., 나는 순간
‘이제 다 컸구나!’ 생각이 스쳤다.
“**야 이제 너 몸을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해..., 네가 건강한 것이 엄마는 최고로 바라는 거야, 엄마도 건강해야 **가 맘 편히 꿈을 펼칠 수 있잖아.”
사랑하는 딸..., 이제 갓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었다고 엄마를 챙긴다. 우리는 서로 차 안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뜨거운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서로 탯줄이라는 것으로 서로 열 달 동안 이어져 있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랄까?
집에 도착하고는 딸이 이는 씻지도 못하고 졸리다며 다시 곯아떨어졌다. 내가 이 아이에게 짐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새긴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올가미에 갇혀 40여 년을 살아왔기에 이 아이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맘껏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자주 말하는 편이다.
다음 날, 우리는 오전 늦게 일어났다. 큰 얘가 엄마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쇼핑을 가자고 한다. 어머나 이를 어째...
“**야, 엄마는 필요한 게 없어.”
아무튼 서운해할까 봐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딸아이 옷을 골라 사라고 했다. 그러더니 딸아이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 엄마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 한다.
“이제 **가 옷도 직접 사서 입고 엄마 짐이 덜었네... 대단하다야...”
“**야 엄마는 너와 우리의 아지트인 투썸에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해.”
라는 말에 딸아이도
“엄마, 나도 그래, 그럼 우리 투썸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거랑 내가 좋아하는 거 시켜먹어요.”
그래서 우리는 제주에 내려올 때마다 함께 몇 년째 가던 투썸으로 갔다. 이제 나를 위하고 지키려는 모습이 보인다.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제주에 내려올 때마다 느껴진다.
이 또한 신이 주신 소중한 선물임을 안다. 20여 년을 함께 지내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이는 건강하고 속 깊은 한 인간으로 그리고 자기만의 삶의 주인으로 꿈을 꾸며 살아가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었다.
오히려 나는 너를 보며 배운다. 그래서 나의 스승이 되어주는 것 같다. 너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시각, 너는 너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내일 아침 7시경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 너의 삶이 치열한 곳으로, 곁에서 도와줄 수 없지만 스스로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살아보니 수많은 실패가 자신을 단련시키고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너도 너만의 삶을 소중하고 귀하게 그리고 멋지게 살아보길 바라본다. 내 몸을 통해 세상에 왔을 뿐 엄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훨훨 세상을 날아가길 바라. 그것이 엄마라는 이름을 나에게 만들어 준 너에게 바라는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