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야옹야옹, 고양이 멍멍

-사랑이란

by Sapiens

강아지 야옹야옹, 고양이 멍멍


sapiens


나는 생후 2개월에 입양되었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집안은 깨끗하고 환경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시는 주인은 나에게만큼은 한시도 빠짐없이 식사를 챙겨 주셨고, 산책도 정해진 시간에 함께 했다.


주인과 밖으로 나가 원 없이 뛰어놀고 나면 우린 걸으며 눈빛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샤워를 한다. 물론 주인이 나를 잘 케어해주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마도

엄마의 느낌이 이런 감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나의 입양 후의 생활은 상상 이상의 일들로 변화되었다. 매일매일이 행복했고 즐겁고 감사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껴보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이 집에 온 지 10개월이 지난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 나이는 14세에서 15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심한 사춘기의 시기로 감정이 예민하고 질풍노도라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그 예민한 시기에 동생이 생긴 것이다.


사실 착하고 아름다우신 주인님께서 내 고향 근처에 자주 가곤 했었는데, 그곳에서 나와 비슷한 환경의 친구를 알게 되었다. 마음이 착하신 주인님은 그 아이를 나처럼 가족으로 입양하기로 결정을 하시고는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데리고 나타나신 것이다.


그때 사실 마음속으로 좀 서운하기도 했었다. ‘나도 가족인데 내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던 걸까?’ 내가 너무 복에 겨운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동생을 들이는 일을 상의 조차 안 했다는 것이 서운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 아이는 나와 다른 점이 굉장히 많았다. 소리부터가 달랐으니까... 난 멍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그 친구는 몸집도 작고 눈이 얼마나 사납게 생겼는지 야옹야옹 소리를 내는데 귀에 잘 들리지도 않았다.

서운한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동생이 너무 낯설었다. 일단 소통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내가 궁금해서 무언가 물어보려 해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나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금세 어둠에 갇혀 버렸다.


주인님은 동생이 아직 영유아기인 3개월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9개월 정도만 지나면 나와 같은 나이가 된다며 지금은 좀 보살펴주어야 한다며 함께 동참해 줄 것을 부탁까지 하셨다.

돌이켜보면 우리 집의 평화에 금이 간 것은 아마도 이때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인님은 동생도 알뜰살뜰 정성껏 보살피고 챙겨 주셨다. 하지만 점점 몸집도 커지고 우리 집 환경에 적응이 되다 보니 막내 행세를 하며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다. 뭐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이 곳에 왔을 때 주인으로부터 그러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하지만 동생은 나와 다른 태생이고 우선 나를 형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주인이 있을 때만 착한 척하고는 나에게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사실 내가 혼내면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귀엽다고 봐주다 보니 이게 기어오르려고 기고만장이다.


이때부터인 것 같다. 나는 가끔 외롭다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주인님과 단둘이 산책하며 샤워하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러한 감성에 빠질 상황이 아니다. 우리 집에 불행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주인님과 함께 거실에 앉아 책을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아픔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한 순간에 휘몰아쳐 정신없게 한다.’


세상에 그 착한 나의 주인이 인지기능장애에 걸리신 것이다. 치매 전 단계라고 한다. 그렇게 똑똑하고 확실하신 주인님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이해가지 않았다. 주인님의 나이는 물론 적은 편은 아니지만

뇌를 쓰시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혹시 우리 때문에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러신 것일까?’

나는 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저 골칫덩어리 동생까지 내가 보살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거실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주인이 나를 “야옹~”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나는 동생을 부르는 줄 알고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님은 나의 눈과 마주치며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시는 게 아니가. 그제야 영문도 모른 채 주인님에게 다가갔다. 주인님은 나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야옹아, 이제 멍멍이도 청소년기가 되었으니 그동안 동생 보살피고 배려하느라 힘들었지?”


라고 말을 하더니 나를 자신의 품에 안으시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나의 주인님, 어쩌면 좋아? 그때부터 나는 야옹이가 되었고, 동생은 멍멍이가 되었다. 동생도 달라진 주인님의 행동들 때문에 예전처럼 나를 무시하는 일은 좀 사그라졌다. 철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제어하기 좀 수월해졌으니까 말이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 바뀐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래도 난 좋았다. 주인님이 더 이상 우리를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까지 함께 한 시간들이 우리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우리만 그 추억을 간직한다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동생이 처음 입양되어 왔을 때 들었던 내 마음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철이 드는 것일까?

사랑이란 무엇인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신 주인님을 보며 주인과 동생 멍멍이를 내가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난 주인님과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물론 골칫덩어리 동생 멍멍이도 함께 해야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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