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

-딸기의 삶

by Sapiens



곰보

sapiens


곰보는 얼굴이 붉게 태어나지 않았다. 처음 태어날 때는 싱그런 그린과 흰 피부를 지녔다. 어린 시절에는 참 애지중지하며 자랐다. 햇살과 비, 바람으로부터 보호받기도 하지만 누군가 곰보를 밟거나 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주인에게 혼나곤 한다. 사실 주인이 그렇게 곰보는 자신을 소중히 다루는 이유는 자기에 대한 주인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어느 날, 그날도 태양이 우리를 성숙시켜주는 영양제 역할을 해 주었다. 자고 일어난 곰보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얼굴뿐만 아니라 온 몸에는 노르스름한 것들이 박혀있었다.

사실 그전부터 있던 건데 색이 짙어지고 몸이 커지면서 더욱 뚜렷해진 것이었다. 곰보는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축 늘어져 있었다.

곰보의 모습을 본 주인은 우리들에게
"얘들아, 요렇게 튼실하고 예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이야기를 하며 싱글벙글하다.

곰보는 자신의 얼굴과 몸에 생긴 곰보 때문에 주인에게 관심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외의 반응에 곰보는 다시 기운을 차리기로 한다. 우리 주인은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한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태양이 며칠 째 비추더니 곰보는 정말 최고의 몸을 자랑했다. 피부도 태양과 비슷한 탐스럽고 탱탱한 빨간 피부로 빛이 났다.
곰보는 처음과는 다르게 자신의 몸의 곰보들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광이 나는 자신의 모습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빨간 광주리를 들고서...

이윽고 주인은 곰보를 조심스럽게 만지더니 '톡'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곰보를 육체이탈을 시켜버린다.

곰보는 우주와 비슷한 빨간 광주리에 놓여서 뱅글뱅글 돌다가 멈추었다. 멀미와 함께 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곰보는 친구들도 함께 이동되어 조금씩 안심이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주인은 곰보와 친구들을 네모난 세상 속으로 옮긴다. 참 조심스럽게도 다뤄주었다.

그렇게 곰보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갇힌 세상에서 살다가 넓은 세상 속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곰보는 알까? 자신의 운명을...,
그래도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사는 곰보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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