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기가 어려워

-오염된 바다

by Sapiens



숨 쉬기가 어려워



Sapiens



'이상하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어제 왔던 곳이 이곳이 맞는데..., 헥! 헥!'

숨을 쉬기가 힘들다.

'어떻게 한 치 앞도 보기가 어렵게 물이 탁해진 걸까?'

내뱉는 이산화탄소 색이 이상하다. 입술은 검게 변한 지 오래다. 피부의 색이 점점 착색되고 있는 걸까? 목의 피부가 딱딱해지는 느낌이다.


친구들을 본 지가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이곳의 물이 혼탁해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 지도 일 년이 넘어가고 있다. 도대체 친구들은 어디서 숨어 지내는 걸까? 살아있기는 한걸까? 보라색 옷으로 항상 멋을 부리며 다니던 꽃님이는 더 이상 외모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하루가 지나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꽃님이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아무리 넓은 이곳이 혼자만의 세상이 될 수 있어도 꽃님이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야기를 나눌 대상도,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친구가 없다는 것은 감옥 생활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수영을 한 것 같다. 어디까지 온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음에 자괴감까지 들게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공포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꽃님이는 해저 작은 풀숲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꽃님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깊은 바닷속 야경은 고요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지 오래된 원인이 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갑자기 꽃님이는 자기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꽃님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물풀들이 꽃님이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꽃님이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풀들이 자신의 호흡으로 꽃님이의 폐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덧 또 하루가 지나고 새날이 밝았다. 밤사이 꽃님이는 오래간만에 편하게 숨을 쉬며 숙면을 취했다. 꽃님이는 물풀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바로 그때였다.


물풀들이 주머니에서 한 줌의 뿌리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꽃님이에게


"이 뿌리를 가지고 돌아가서 너의 고향에 심고 잘 보살핀다면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올 거야"


라고 말하며 활짝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꽃님이는 어젯밤 놀라운 경험이 떠올랐다. 물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꽃님이는 냉큼 두 손으로 뿌리들을 받아 들고는 아가미 속 깊은 주머니 속에 담아 두었다..


이제 서로 감사하다며 인사를 나누며 꽃님이는 왔던 길을 돌아 다시 고향집을 향해 달려갔다.


정신없이 달린 것 같다. 오직 고향에 도착할 생각뿐이다.

이날 꽃님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엄청난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100마일을 달리고 결국 밤늦게 고향으로 입성을 했다. 그러나 고향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탈해진 꽃님이는 지친 몸을 푹신한 모래 위로 '푹' 쓰러졌다.

그리곤 다음 날 아침까지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어느 정도 잠을 잔 것일까? 꽃님이가 눈을 떴을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뽀글뽀글' 들리기 시작하였다. 꽃님이는 고개를 들어 벌떡 일어났다. 옆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리둥절한 꽃님이는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바위에 숨어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바다의 색이 예전처럼 변하더니 물풀들이 이렇게나 많아지면서 바위틈에서 하나, 둘 나올 수 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 물풀들이 준 뿌리가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우리 고향을 예전으로 바꿔주었다는 것이다.


꽃님이는 신비스러운 물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뿌리를 옆 마을에도 나누어 예전의 마을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꽃님이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폐가 망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길로 꽃님이는 친구들과 함께 물풀의 뿌리들을 가지고 바닷속 곳곳을 유영하며 뿌리들을 해저 깊은 곳에 안착시키는 일들을 하였다.


신기하게도 점점 예전의 바다로 돌아오면서 사람들이 바닷속을 꽉 메우고 있었다.


꽃님이와 친구들은 돌아오는 길에 물풀들이 부르는 응원의 메시지를 들으면 '꾸벅'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세 번 돌고는 다시 고향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꽃님이는 물풀들이 우거진 숲을 조성해 많은 사람들과 건강한 폐로 숨 쉬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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