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어젯밤 늦게 제주로 내려왔다. 공항에서 픽업을 하는 일은 설렘이 찾아오는 일이다.
항상 전화로 아침저녁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반가움이 있다.
그러고 보면 같은 지역에 있다는 건 축복일 수 있겠다 싶다. 예전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2주 만에 내려오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내려오는 것 같다.
첫 직장 생활이 많이 힘들어 보이지만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 제법 의젓해 보인다.
오늘은 거실 소파에 앉아하는 말이
"엄마, 내가 4년 후면 엄마가 결혼한 나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이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엄마, 결혼 후 1년 후에 나를 낳았고..."
그랬다. 내가 29살에 첫 얘를 낳았으니까...
요즘 일기 육아법 전자책을 탄생시켰는데... 교정하면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추억들로 행복하게 작업했었는데... 벌써 이렇게 커 버렸구나 싶다.
"엄마, 나 어렸을 때 기억나요?"
"그럼~ 이번 책 준비하면서 일기를 들쳐보고 생각을 주섬주섬 뒤지다 보니 한결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
"너는 참 스펀지처럼 잘 흡수했었지. 지금처럼 움직이는 것이 싫었던 것 같아. 그거 아니? 네가 구덕(요람의 제주 사투리)에 누워서 먹고 자고를 반복만 하니까 숨 쉬고 있는지 자주 확인했었어~"
딸아이는 박장대소하며 한참을 웃는다.
사실 큰 얘는 역아여서 나는 제왕절개로 분만을 했었다. 생각해보면 머리를 돌리는 것도 싫었나 보다.
그렇게 딸아이와 어린 시절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제주의 저녁 공기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딸아이는 베란다 문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아~ 난 이 냄새가 너무 좋아~"
이야기하며 대기 중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하고 있다.
고향냄새를 맡고 있는 딸... 지친 몸을 잠시 내려놓고 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의 딸의 모습을 보며 어른 냄새가 난다.
"엄마, 대학생 때가 정말 좋은 때인 것 같아~"
아직 한창 젊은 얘가 요즘 말하는 꼰대처럼 말하고 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삶은 누가 이야기하는 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엮어가는 것이며,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성장의 마디들이 단단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