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의 소중한 일상

-빛나라 내 인생

by Sapiens


“20대가 되면 독립시키세요


라디오 방송에서 법륜스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린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도 아이들에게 중학교 시절부터 말했었다.


얘들아, 너희들은 대학에 들어가면 우리와 독립해야 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반복하며 의도적 세뇌를 시켰다.


시간은 흘러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첫째가 대학에 진학하고, 세 살 터울인 둘째까지 대학 입학을 하였다. 2019!! 비로소 나에게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육아 20년 만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양육서와 자기 개발서는 꼭 읽었었다.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도서관 독서동아리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비록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 탈퇴만큼은 하지 않았다. 일 년에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나에게 독서동아리는 자신을 지탱하는 하나의 끈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가정 먼저 독서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동안 글을 쓰고 싶어 틈틈이 글을 써오던 나는 쓰고 싶은 글감들을 깊은 기억 서랍 속에 차곡차곡 담아 놓았었다.

이 순간이 내 인생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나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현실 앞에 서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서울 출장을 간다며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다. 들뜬 마음으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편이 교육을 받으러 간 시간에 나는 카페에서 글을 쓸 요량이었다. 아이들을 챙길 필요가 없다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패드를 가지고 호텔 1층 카페로 내려갔다. 그날 그 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시간이다.

아침 9시에 카페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예전 깊은 기억 서랍에 넣어 둔 글감 중 하나를 꺼내어 쓰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신들린 손처럼 서랍 속 먼지까지 꺼내놓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것을 꺼내놓으며 흔히 말하는 카타르시스를 처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구나! 그날 나는 거의 20페이지의 분량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글은 예전부터 써왔지만 그렇게 집중해서 한 편을 모두 꺼내놓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나에겐 적지 않은 감동과 벅찬 감정의 순간이었다. 사실 육아를 하다 보면 흐름이 끊어지고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제 나는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카페에 가서 종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냈다. 나의 일과는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그해 독서동아리에서는 독서토론을 하고, 신생 글쓰기 동아리에 들어가 글쓰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자신의 무지함을 알기 때문이다. 살면서 삶의 문제 상황 앞에 맞닿을 때마다 책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만났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의 꿈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독서토론을 하는 이유는 내 생각이 모두 옳다는 자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타인의 입에서 재해석되어 알게 되는 경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또한 그러한 인풋 과정들이 쌓이다 보면 꺼내놓지 않으면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할 때 정독을 하는 편이다. 읽으면서 핵심을 정리한다. 그리고 여행 갈 때 그 노트만 들고 다닌다. 특히 비행기 안에서 읽는 나의 노트 속 글들은 다시 상기시켜준다. 그렇게 한 권의 책도 여러 번 만나는 일을 즐긴다. 사실, 내가 적은 이 노트 십여 권은 아이들에게 줄 나의 재산목록 1호이다.

글쓰기 동아리에서 다양한 강의를 듣고, 글을 쓰고, 합평을 하면서 사람들의 내면과 만나는 일들이 독서토론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냈다.

2020년 글쓰기 동아리를 맡게 되었을 때, 회원들에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마침 그해 대한민국 독서 대전이 제주에서 개최되어 우리 동아리를 소개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지원사업을 받아 나만의 책 만들기. 삽화 그리기 등 강좌를 개설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코로나 상황으로 활동에 제약이 따랐지만 미리 계획해 둔 덕분에 주춤한 시기를 타 바로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회원들과 의미 있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당시 나는 고미숙 작가의 책들에 빠져 있었다. 여러 책을 읽으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일환의 하나로 동네서점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독서토론과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한 대학가의 문화를 활성화해보자는 취지에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비작가들의 라이터스 마켓 등 관련 굿즈를 기획해 판매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지역 공동체에 관한 관심으로 어떻게 내가 가진 것들을 환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도서관 산하 동아리와 작은 서점에서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글을 쓰고 합평을 하며 생각들을 말과 글로 꺼내놓는 행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서점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라는 매체에 11 주제 글쓰기를 했다. 처음 블로그에 찾아오는 이웃이 없어도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이 900명이 넘는다. 꾸준함의 결실인 것 같다. 그러면서 라이터스 마켓을 준비하며 독립출판을 하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당시 라이터스 마켓은 코로나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면서 기획된 독립출판을 개인적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나에게 책 출판은 처음이라 생소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동안 그림을 그리고 그림 속 이야기를 글로 쓰는 시 에세이인 사피엔스와의 Bon voyage’ 시화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100부를 발간했다. 그래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립출판물 유통에 대해 궁금도 했기 때문에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블로그 이웃님들이 책 구입을 해 주셔서 완판 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책은 이웃들에 의해 생명을 갖게 되었다.

영국에 사시는 교포이며 블로그 이웃님께서 댓글로 전자책이면 사서 읽어보고 싶다는 댓글을 읽고 전자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이웃님 오픈 카톡에서 전자책 무료강좌가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나는 강의를 들으며 이젠 전자책 파이프라인에 대한 수요과 공급이 많아지겠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나고 전자책 만들기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다. 미션 수행을 하며 실용서를 써야 했다. 처음에는 독립출판물을 전자책으로 내려고 했는데 보통 전자책은 실용서 위주로 쓰며 수요도 그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내가 해 온 일인 초등 글쓰기 강사 생활을 떠올리며 일기만 잘 써도 글쓰기는 끝이라는 전자책을 쓰게 되었다. 신청 3일 만에 승인이 되어 사이트에서 판매되게 되었다. 참으로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책 쓰는 일이 쉽단 말인가? 요즘 트렌드가 이런 건가? 여러 추측을 하며 나 자신도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블로그 댓글로 선비 북스라는 곳에서 제의가 왔다. 전자책 전문 플랫폼인 그곳과 계약을 맺고 교정과 디자인을 다시 하게 되었으며 우리 아이를 위한 일기 양육법이라는 E-book으로 다시 태어나 여러 대형 서점에 입점하게 되었다.

또한 엄마가 배우고 아이들에게 직접 코칭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서 줌 강의를 개설해 진행하게 되었다.


2021, 동아리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독서토론 모임도 좀 더 깊이 있는 소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글쓰기는 동아리와 블로그를 통해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서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해 보았다. 운이 좋게도 세 번 도전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브런치와 부크크가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POD 출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도전을 했고 며칠이 지나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아볼 수 있었다. 부크크에서 내가 직접 그리고 쓴 시화집을 출간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줌 강의를 시작한 지 한 달, 지난주 강의 섭외 전화를 받았다. 작은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제안받았다. 대상은 중학생들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설레었다. 이제 아이들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 때 10여 년만에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렇게 나는 아이들과의 양육 기간이 끝나면서 자녀로부터 독립했다. 이제 나만의 인생을 산 지 3년째이다. 내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내 인생을 사랑한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육아는 나를 진정한 부모와 어른으로 성장시켜주었다. 아이들 덕분에 많이 방황하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아파한 만큼 엄마인 내가 성숙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나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준 독서가 나의 스승이 되어주었음을 감사히 여긴다.


책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세상을 당당히 걸어가게 해 주었다. 훗날 책이 전해준 이야기에 나의 삶을 섞어서 나 역시, 책과 같은 친구의 삶을 전해주고 싶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50대 주부의 소중한 일상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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