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작별하는 시간

-교감한다는 것

by Sapiens


수아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왕십리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탔다.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지하철 안은 한산했다. 덕분에 아침과는 다르게 편하게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열고 오늘의 기사를 보고 있다. 왕십리역에서는 한참을 가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쓰든, 기사를 살펴보든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그날 저녁에도 그녀는 항상 그랬듯이 어떤 기사들이 올라왔는지 스크롤을 올리며 체크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시끄럽게 떠돌던 소음과 작별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수아는 오롯한 자신의 시간을 갖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세상이 하루동안 어떻게 펼쳐졌는지 팩트를 체크하고는 다시 블로그에 접속을 한다. 그리곤 글을 쓰기 시작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손끝으로 뱉어내다 보면 어느새 하얀 페이지가 글자들로 가득 채워져 생명력을 갖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아는 이렇듯 사물에도 생명이 존재함을 느낀다. 누군가에 어떤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그 대상이 무생물일지라도 교감할 수 있는 사고의 장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교감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대상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경험한다.


이 순간도 하얀 여백이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느냐고, 지친 마음을 들어준다고 속삭여준다. 수아는 그래서 이 시간을 즐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하루의 위안을 받는다는 것은 수아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 되어준다.


그렇게 깨끗하게 마음을 비우고 지하철을 내리면 한 층 가벼운 마음이 되어 발걸음이 가볍다. 수아는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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