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명함 만들기

by Sapiens


요즘 부쩍 명함을 달라는 분들이 생겼다.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주부가 명함이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냥 웃고 지나쳤었다.


며칠 전 작은 도서관 협회에 갈 일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는데 명함을 주시며 명함 한 장을 달라는 것이다.


"어머나, 제가 아직 명함이 없어서요."


사무국장님 명함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꾸 시선이 명함을 향했다. 사실 손에 쥐고 있기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명함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함께 동행한 선생님과 함께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을 나왔다.


옆에 있던 선생님께서


"이제 명함이 필요하겠네요."


하면서 장난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한다. 이 일이 있고 며칠 전 저녁 나는 도서관 강의 준비를 마치고 미리 캠퍼스를 켜고 명함을 디자인해 보았다.


디자인이 재미있었다. 레이아웃을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고 글씨 색상을 여러 번 바꾸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바탕색을 고르는데 실제 인쇄되었을 때는 어떻게 나올까 고민도 되었다.


그렇게 하나의 명함이 디자인되었다. 다음날 아침 내가 가는 인쇄소에 들려서 상담을 했다. 작가 명함은 처음이라며 디자인 폼이 전체적으로 잘릴 수 있으니 테두리 여백을 두시라고 하신다.


그 자리에서 컴퓨터를 열고 수정을 하다가 바탕색이 실제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예 바다 풍경으로 바꿔버렸다.


나름 시원하고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뭐 이상하면 다음에 다시 할 때, 바꾸지 뭐.'


가볍게 생각하고 제작을 맡겨버렸다. 그렇게 나의 첫 명함을 만들게 되었다.


오늘 아침 톡이 하나와 있었다. 명함이 완성되었다는 톡이었다.

오전에 성짓골 글쓰기 강의를 마치고 명함을 찾으러 갔다. 이게 뭐라고 마음이 떨리고 설레더니 명함이 어떻게 나왔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2층으로 올라가 인쇄소 문을 열고 사장님을 부르는 순간 활짝 웃으시면 명함을 내어주신다.


"좋은데요. 새로운 컨셉이라 저도 한 장을 샘플로 여기 전시할게요."


하시는 것이었다. 배 아파 난 자식처럼 조심하게 뚜껑을 열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나름 괜찮았다. 처음치고 잘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매우 흡족했다.


이제 내 손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질 명함이다.

부디 여러 사람들에게 가서 소중하게 다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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