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sapiens
무더운 여름날,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는 숨이 막혀 갈라지고 있었다.
그러한 시간들은 어느새 지나가고 계절의 초침은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처서의 문턱에서 가을 소리들을 듣는다. 밤마다 속삭이는 귀뚜라미 소리는 기다림의 소리가 되어 가을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자연의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힐링의 소리로 우리의 마음에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이 순간 들려오는 빗소리, 떨어지는 빗방울에 뜨거웠던 마음이 식히고 갈라졌던 대지는 숨을 쉬기 시작한다. 비와 대지가 만나 기쁨의 소리로 토해내고 있다.
갈라졌던 대지의 틈은 빗방울들로 촉촉하게 메꾸어지며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 대지 위에는 새 생명이 돋아나고 푸르른 빛으로 시원함을 선사해줄 것이다.
네가 찾아와 우리는 온몸으로 기쁨의 눈물을 마신다. 네가 메워주는 틈 속에서 새 생명이 싹을 피우기 시작한다. 네가 우리의 육체 속으로 들어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너는 우리의 생명수로 다가와 마음과 육체를 씻겨주고는 아무런 대가 없이 사라진다.
네가 내릴 때 뿜어내는 시원함과 마음을 달래주는 소리는 누군가에게 혼자만의 오롯한 사색의 시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고요 속에 잠시 머물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되어준다. 네가 찾아와 머물러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