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가을 나들이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아부오름에 올랐다.
수산마을이 고향인 해설사 일을 하고 있는 오쌤, 역사교실을 운영하며 글쓰기 모임을 같이하고 있는 강 선생님, 그리고 K와 그녀의 딸인 나무늘보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시간을 내었다.
나무늘보인 딸은 움직이는 것을 꽤나 싫어해서 생긴 별명이다. 오늘 오름은 낮은 오름이여서 드라이브 겸 가지고 꼬드기고 실행된 것이다. 엄마 친구들이 초면이라 불편한 법도 한데 흔쾌히 동행해 주었다.
오전 열한 시에 강 선생님 집 앞에서 만나 우린 오쌤 차로 합류했다. 차에 오르고 마을의 역사와 제주의 4.3을 비롯해 제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오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쌤과는 나이가 같다. 제주어로 동갑 나이를 ‘갑장’이라고 한다. 사회에 나와 갑장이라고 하면 더 친근한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 강 선생님이 소개해 준 오쌤은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겼으며, 말을 참 귀엽게 하는 친구여서 첫 만남에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경우다. 이 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그녀와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차를 마시자는 말에 오늘 오름 투어를 계획했던 것이다. 제주의 가을을 느껴보자고...
아부오름을 가는 차 안에서는 오쌤의 연애담을 들으며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역시 해설사여서 그런지 처음 보는 K의 딸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 주었다. 20대의 딸이 50대의 아줌마들과 어색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비자림로를 지나며 오쌤은 K의 딸에게 나무들이 베어난 자리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고, 신공 항로로 이어지기 위한 도로 확대, 10여 개의 오름 파괴를 가져 올 신공항 건설 등 제주 현안의 문제들을 직접 보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아부오름 주차장에 도착했다. 제주에 살고 있는 K는 아부오름은 처음이다. 오름이 360여 개나 되니 동호회가 아니면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친구들은 처음 와 본다는 K에게 정말이냐? 며 다음에는 다른 오름을 소개해 준다고 한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고 가을의 햇살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바나나 짚으로 만든 멍석이 깔린 길들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은 가파르기도 했지만 정상까지는 10분 정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정상에 오르니 제주도 사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간간히 억새풀 사이로 연보라색과 노란색의 국화과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쾌청해서 가을 하늘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다 아부오름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안내판을 보았다. 앞오름을 아부오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산 모양이 움푹 파여 있어 마치 가장이 믿음직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능선을 따라 도란도란 걸으며 서로 사진도 찍고 주위를 감상하며 제주 자연이 주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능선 위 벤치에 앉아 친구들이 준비해 온 따뜻한 커피와 노지 조생 귤(그 해 일찍 나오는 귤)을 까먹으며 한바탕의 수다가 쏟아져 나왔다. 커피의 따뜻한 온도만큼이나 친구들의 마음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도란도란 앉아 자연과 함께 추억의 사진을 한 컷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걸어 내려왔다. 항상 산을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는 다르게 훨씬 더 가벼운 마음이 된다. 그런 기분 때문에 산에 오르기도 한다. 산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오늘은 딸아이도 그 기분을 느꼈는지 다음에 또 오자고 말을 한다.
오쌤이 계획한 마지막 코스로 근처 보말칼국수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참 마음이 예쁜 친구를 만났다. 자신이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나누는 마음... 타인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나누는 삶을 사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따뜻하고 힐링되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K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