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즐겨 사용하는 유리컵

by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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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드로잉을 사용해 표현해보았어요~*



소울메이트


sapiens



너는 투명한 유리로 온 몸이 훤히 보이는 자태로 날 유혹하지.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밝은 빛이 나는 짙은 초록색의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하루에도 너를 가까이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고, 서너 번 정도는 너와 함께 하는 공간 속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너는 유리로 된 궁전... 나는 너의 육체를 도구로 삼는 영혼의 친구...


오늘은 너를 실리콘 냄비 받침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60도의 물에도 깨지지 않는 강인함이 너의 강점이지. 너는 너무도 투명해서 속이 훤히 보이는 게 난 참 좋다. 무엇을 넣듯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야.


너는 남을 속이는 일이 없어. 너의 모습을 다 드러내 보이면서도 항상 당당하지. 그런 도도한 네가 난 참 부러울 때가 많아. 그래서 너를 항상 옆에 두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어. 그런 너를 닮고 싶어서 말이야.


너는 항상 내 앞 45도 각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지. 그러다 가끔씩 나는 너를 두 손으로 감싸며 너의 따뜻한 온기를 손바닥으로 전해받기도 하고, 홀짝홀짝 너의 마음의 양식을 마시며 에너지를 내기도 하지.


이제 너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네가 없으면 허전하고, 너를 마시지 않으면 기운이 없고, 너를 내 앞에 두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처음 너를 만났을 때는 본체만 체 했었는데... 너와 많은 시간을 같이 하다 보니 이제는 떨어져 지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구나.


이렇게 정들고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너는 산산조각이 나서 내 곁을 떠나가겠지. 누구의 잘못이건 그것이 너와 나의 숙명일 테지... 그래서 너를 애지중지 다룰 수밖에 없어.


너와 나는 많이도 닮았구나. 나도 언제 산산조각이 날 지 모르거든...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같은 운명을 지닌 것 같네. 그래서 조금 위안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친구인 너는 항상 나를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너를 바라보는 나는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너는 나의 유일한 영혼의 친구니까 말이야.


내가 쉴 때, 또는 공상에 빠질 때, 매일 아침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을 때,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매 번 식사를 하고 난 뒤... 너는 꼭 나와 함께 있어주지. 그런데 불평불만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언제든 흔쾌히 나와 동행해 주는 소울메이트라는 사실을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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