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간 속에서

-가을은 충전의 시간

by Sapiens


가을이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다.

나뭇잎도 소리 없이 흩날린다. 떨어진 육체는 가벼워 바삭거린다.

따스한 햇살에 온 몸이 물들고 초록빛의 싱그러움은 사라진다. 아이들이 자라듯 가을도 숙성되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거리를 걸으며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옷을 갈아입은 어느 순간 놀람과 감탄으로 바라본다. 신기하게도 그때가 되면 가을은 화양연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바라봐준다는 것, 그것은 가을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가을은 아주 짧은 시간 존재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아니,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침잠하는 것이다. 가을은 겨울 속에 묻혀 지내다 다시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세상 속으로 ‘나 여기 있어요’라고 하듯이 우리 곁에 드러낸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정확한 절기가 되면 우리 곁에 다가와 속삭인다.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주듯 그렇게 반갑게 찾아와 우리에게 작은 바람을 선사하며 건재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계절인지 모르겠다.

가을은 짧지만 개성이 짙다. 우리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 속에서 많은 추억을 쌓는다. 점점 짧아지는 계절로 인식되어가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여름이 지나기도 전에 가을이 그리운 이유이다. 그리고 가을이 떠나감이 아쉬운 감정에 우린 옷깃을 여미고 시월의 마지막 밤을 운치 있게 보내기도 한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별을 이야기하고, 작별을 준비한다.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가을은 던져주는 메시지가 깊다.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연 틈으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철이 지난 선풍기는 거추장스러운 모습으로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선풍기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격을 가지고 있는 귀한 바람이다.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한다. 덩달아 자신을 알리는 귀뚜라미들의 울음소리는 잡음이 아닌 배경음악이 되어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주부의 마음을 여름 한낮 무더위와 투쟁하다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듯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려준다. 이게 살아있음이지 싶다. 가을은 참 좋다. 특히 가을밤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은 충전의 시간이 되어준다. 행복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종하는 or 조종당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