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의 여성이 흐느끼며 마음속 응어리를 토해내고 있다.
오늘도 손 마디마디가 쑤시고 온 몸에는 기력이 없다. 중년의 여성은 매일 반복되는 사이클의 일을 하고 있지만 기운은 모두 어디로 쏟는 것인지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그녀는 평상시 그리 힘든 일도 하지 않는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 행사를 치르는 등. 모두 힘든 일이 아닌 소소한 일들이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육체의 쇠약이 아닌 정신의 쇠약이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방해주는 약도 일시적이어서 그녀는 언제 어떻게 증상이 심해질지 전혀 예측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직 살아있는 욕구 한 가지가 있다.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 어떨 때는 읽고 싶은 마음에 책을 펴고 의자에 앉아 읽다가 과호흡이 동반되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침대로 향할 수밖에 없다.
마음 안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생성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온몸이 쑤실 때에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침대 위에 누워 있어야 한다. 숨 쉬는 일조차 버거워한다. 삶과 죽음이 한 호흡임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숨쉬기 힘들어하며 한숨과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한 호흡이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잘 살아가고 싶어 한다. 타인들이 평상시 숨 쉬고 호흡하듯, 그녀도 그렇게 하루만이라도 편하게 호흡할 수 있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 체념하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 날 정신과 약을 먹게 되었고 기적같이 편해진 하루하루를 맞이하기도 한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부작용과 싸우고 부대끼며 달려왔지만 그래도 이런 세상에서 숨 쉬는 경험은 천국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항상 잔잔한 편두통과 통증이 리듬의 사이클을 타고 찾아오면 자신을 괴롭히는 줄도 모르고 그녀는 자신의 한 몸처럼 함께 지낸다.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삼 일 전부터 몸에 증상이 또다시 찾아왔다. 다음날은 포럼 발표가 있는 날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날은 하루 종일 잠을 잤다. 발표하는 날 아침 춥고 컨디션이 별로 였지만 얼른 끝내고 와서 쉬면 될 듯싶었다. 그런데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발표는 끝이 났고 그녀는 식사 모임에 동행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찾아보려고 음식을 평상시보다 많이 챙겨 먹는다. 먹으면 먹을수록 기운이 없기 시작하더니 무엇을 먹든 기운이 좀처럼 생성되지 않는다. 온몸이 나른하고 맥이 없어지는 듯했다.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생길 때면 맥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동행한 동생은 카페에서 달달한 것을 먹자고 제안을 한다. 그녀는 일부러 팥빙수를 시켰다. 당분을 섭취하면 좀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동생과 수다를 떨며 정신을 차려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처럼 보인다. 모임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만 하루가 지난 시간이었다.
하지만 천근만근의 육체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보인다. 기운이 없어 그녀는 전화를 받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 병원에 가서 링거라도 맞으면 좋으련만 걸어갈 기운조차 없어 보인다. 침대에서 한 발짝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인다.
그녀는 오후 3시쯤 눈을 떴다. 창백한 혈색이 조금 괜찮아 보인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씻고 식사를 챙겨 먹고는 다시 책상 위에 앉는다. 책상에 앉아 베란다 밖의 모습을 바라본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린다. 딸아이의 전화인 것 같다. 항상 이 시간대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 같다. 딸아이와 통화를 하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기운이 떨어져 다시 번아웃 상태가 되어버리는 듯하다. 그녀는 얼른 전화를 끊고 약을 챙겨 먹는다. 아무 소용이 없어 보인다.
한 참을 책상 위에 앉아서 울고 있다. 통증과 메스꺼움, 잔 두통... 그녀는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감정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전에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패한 것 같아 보인다. 한 없이 흘러나오는 울음을 그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나 보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상담전화 신청을 해 두었는지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기운이 없으면 수액이라도 맞으라고 하시나 보다. 그리고 약을 증량해야 하는데 그녀의 몸이 약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시며, 지금 나타나는 증상들이 부작용이 아니라 공황의 증상들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중간중간 복용하고 있는 약을 사분의 일 조각을 꺼내 찬물에 목천장으로 천천히 넘기고 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약을 챙겨 먹고는 한 바탕 통곡을 하고 있다. 한바탕 쏟아내고 마음이 제자리를 찾은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조금씩 통증이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다시 책상에 정갈하게 앉아 책을 펼친다. 그녀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 것일까...
사람들은 그녀의 겉모습만 보며 부러워한다. 세상 사람들은 늘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공황은 힘든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지나가면서 사고의 변화들을 가져온다. 그녀는 그렇게 또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