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 1

-햇살

by Sapiens

*마주침 1(햇살)


“카톡~카톡~”

친구가 점심을 같이 하자고 카톡이 왔다. 오늘은 사우나에 가서 피로를 풀 계획이었는데 마치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승낙을 해버렸다. 순간 이건 주체적인 삶이 아닌데 하면서도 지남철에 끌려가듯 부지불식간에 생겨버린 약속이다.

예정에 없었던 만남을 위해 서둘러 수목원을 내려와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아파트 주차장이 한산하다.


1층 주차장에 여유롭게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데,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향해 내리쬐며 나를 유혹하는 게 아닌가...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는 이 순간...

‘그래, 오늘은 차를 두고 걸어가는 거야, 이 햇살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와 서둘러 샤워를 했다. 첫사랑의 설렘이 이런 것일까? 화장을 하고 나를 유혹한 4월의 햇살과 어울리는, 아껴두었던 주황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 친구와 만날 준비를 마친 후 집을 나왔다. 운동을 한 후여서 그런지 발걸음도 무척 가벼웠다.


내 머리와 등 뒤로 내리쬐는 햇살은 눈이 부시면서도 따뜻했다. 햇살을 향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4월이어서 햇살을 바라볼 수 있었다. 햇살과 눈을 마주친 순간, 그는 내 육체를 투사해서 뼈 속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벅찬 감정으로 충만한 너와 나, 둘만의 시간이다.


오늘은 우연히도 기분 좋은 햇살을 만났다. 이런 행복한 감정을 맞이하는 것은 나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이 나에게 찾아올 때는 항상 온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까지 실어 온다. 참 감사한 착각이다. 찰나적 순간이어도 나에게 온 감정으로 인해 온 세상을 얻는다.


아침에 수목원에서 운동을 하며 간간히 햇살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정오에 길을 걸으며 맞는 햇살은 또 다른 색깔로 내게로 온다. 누군가에게 아무 대가 없이 받는다는 것, 지금 나의 온몸을 정화시켜 주는 이 햇살이 너무 감사하다. 고마움에 눈시울이 뜨거워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다. 가벼워진 몸이 춤을 추는 것처럼 발걸음이 즐겁다. 이런 게 환각 상태의 희열일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내 안의 나는 햇살을 마주하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서로 나눈다. 그 어떤 사랑보다 더 강렬하게 그리고 더 따뜻하게 내 심장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져 준다. 그렇게 나는 4월의 햇살과 사랑을 나누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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