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간은 가을 같은 3월의 봄이 지나가고 있다. 뜨거웠던 어제의 햇살이 오늘의 바람으로 거리 위 나무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도로 위 나뭇잎들도 굴러다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가로등에 걸린 광고 깃발도 펄럭이며 춤을 추고 있다.
창 하나 사이로 두 세상을 느껴본다. 내가 머문 이곳에도 여러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
음악이 흐르고 있는 실내에서는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여보기도 한다. 잠시 리듬 속에서 머물다 무릎 위에 놓아둔 책을 펼쳐 읽어본다. 그러면 또 다른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책 속에서 만나는 세상은 사뭇 진지하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본다. 바로 그때 또 누군가가 시야 속으로 들어온다. 싱싱한 푸른 잎들이 여러 모양을 하고 앉아 있다. 둥그렇고, 기다랗고, 뾰족하고, 넓적하고, 다양한 친구들이다. 이들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여럿이 모여 있는 것 보면 혼자 존재함이 누구나 외로운 길인가 보다.
창밖으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할머니가 보인다. 지팡이를 들고 힘든 걸음으로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 입고 있는 분홍 솜털 겉옷이 이른 봄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분의 소중한 인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