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소중한 인연

by Sapiens





서로 다른 둥지에서 자라다 어느 순간 서로의 공간을 침범한다. 당연한 듯 합쳐지는 암컷과 수컷의 애정,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때론 마음을 할퀴는 독한 언어로 상처를 내다가도 때론 연한 잎이 찢기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도 하다.

이렇게 부부의 연을 사는 인연들은 수많은 업이 지나가고 사연들이 뒤덮여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아는 사람이 하나 없는 충남에서 보호자임을 차처 한다. 어디를 가든, 동행해주고, 함께 한다. 그러다 그만 내가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밤새 열을 재보고, 이불을 덮어주곤 자리에 한참 있다 떠난다. 코로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평소에 감기라면 목감기 먼저 하는 나는 바로 수액을 맞는 편인데, 충남에 오니 병원도 그리 많지가 않다.


오늘 신랑이 출근을 하고 잠시 집으로 왔다. 병원에 가자고 들렀단다. 옷을 챙겨 입고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나는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신랑은 에너지가 넘쳤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몸이 아프니 귀찮아지는 일이 많다. 자꾸 말을 거는 것도 짜증이 난다. 목이 부어서 말을 잘할 수가 없는 상태인데 자꾸 말을 건다. 최소한의 말만으로 부딪힘을 줄인다. 예전이면 화를 냈지만 이젠 무심함을 드러낸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치료를 하고 입안이 많이 헐었다며 주사를 맞으라고 하신다. 나는 수액을 맞겠다고 하고는 한 숨 잤다. 수액실은 2인실인데 약을 타서 와서는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짠하다. 차에 가서 기다리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어느새 약은 다 들어가고 간호사를 불러 주사 바늘을 뺐다. 그리곤 병원을 나왔다. 한결 몸이 가뿐해졌다. 주차한 곳까지 가는데 바람이 제법 불어왔다. 차를 빼는 데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신랑은 또 잔소리를 한다. 좀 조심하라고. 잘 보고 다니라고 한다. 그렇다. 관심이 있어서지. 누가 나에게 이리 관심을 가져 줄까? 요즘 휘청휘청 잘 넘어지는 편이기도 하다. 이제 나이가 신호를 주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무심한 척하면서도 관심이 필요할 때 달려와 주는 것이 부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툭툭 내뱉는 굳은 언어도 이젠 그이만의 표현임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하면 일취월장으로 발전한 그이이다. 나의 결혼관을 바꾸어 준 그이는 나의 첫사랑이자 소중한 인연이다. 그이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아픔을 겪어내야 했으며,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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