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먹는 날

-추억

by Sapiens


몽글몽글 피어나는 너를

기대했는데.

부서지고 흩어져 알아볼 수 없는 형체로

내 앞에 앉아 있는 너

년 중 꼭 너만을 찾아 나서는 이들로

오늘 만큼은 보기 힘든 너.

지난밤 마트에 들러

너를 데리고 왔지.

겉옷을 벗기고

속을 비워내고 보니

본래의 너는 어디 가고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이

행색을 하고 앉아있더라.

새알심 대신

밤송이 알갱이들과

숨 쉬고 있네.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준

너를 생각하며

술 맛을 본다.

세월이

어머니도

너의 맛도

모두 짊어지고

떠나가고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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