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일까? 아닐까?

-하늘에 나는 저 새처럼

by Sapiens



선물일까? 아닐까?

아침부터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이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기대할 만하다. 세상이 하얗다. 바람이 불어 흩날리는 눈발도 신이 나 보인다. 아파트 내 도로변을 걸어가는 아이들은 좋아라. 손을 내밀며 눈을 만져본다. 솜털 같은 눈과 눈인사를 하듯이 장갑 낀 손위로 눈이 살포시 스치며 바람에 흩어진다.


집안은 고요하다. 창문을 모두 닫아두고 있었다. 오늘은 절기상 동지이기도 해서 아점으로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운 탓에 몸에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보니 더욱 몸에서 땀이 난다.


저녁 송년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중산간 사는 언니가 사진과 함께 톡이 와 있었다. 아무래도 참석하기 어렵다는 문자를 남겼다. 사진 속 풍경은 정말 고립무원이다. 시내에는 아직 도로에 눈이 쌓이지는 않은 상태라 시내 팀만 얼굴을 보기로 했다.


내일은 서울행이 잡혀 있었다. 이쯤 되면 슬슬 걱정이 올라온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1시부터 비행기 결항이 속출된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일 올라가야 하는데 일정이 모두 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날씨에 곤두서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진행해야지.’


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리곤 노트북을 열였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자.’


그렇다.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 또 누군가에겐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알고 있었지만, 창밖에서 아이들의 눈을 가지는 노는 소리에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 내리는 눈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갑자기 조용하다. 밖을 내다보았다. 눈이 그쳐서 한두 명씩 집으로 돌아간다. 눈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어느새 모두 녹아 사라지고 없어지고 있었다. 돌아가는 아이들의 처진 어깨에서 아쉬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저 나이 때는 맘껏 뛰어놀아야 하는데, 괜히 눈은 내리다 말고 장난을 치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늘에 작은 해가 비추기 시작한다.


‘아. 비행기가 다시 운행될 수도 있겠네.’


마음은 조금씩 기대감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처럼 세상의 일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그냥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그러한 일에 의미를 너무 많이 부여하고 자신을 애타게 하는 경향이 짙다. 그냥 자유로울 수 있기를. 추운 겨울 하늘을 나는 저 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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