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인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이틀이라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지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숭숭하며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감정이 자꾸 올라온다. 책을 들렀다 놓고 휴대전화로 인터넷 서치를 해보기도 한다. 무엇이 이런 감정이 생기도록 하는 것일까?
비행기 결항으로 저녁 합평 시간에 참여할 수는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감정들이 자꾸 올라온다. 채워지지 않은 그 허기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책상 위에는 읽다가 덮어두었던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라는 책이 뒤집어 누워 있다. 노트북을 켰다. 이 감정을 풀어내고 싶었다.
책상 위에 있던 빈 머그잔을 들고 부엌으로 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렸다. 컵을 두 손으로 쥐니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입가에 머그잔을 가까이 가져다 한 모금의 원두 향을 맡으며 입안에서 머금는다. 그리곤 식도를 향해 내려 삼킨다. 참 좋다. 겨울 향기와 잘 어울리는 향이다.
방안에는 보일러를 틀어나 육체는 춥지 않다. 정신이 혼자 외로이 방황함이 느껴진다. 그 방황을 멈추고 싶었다. 창 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다. 한겨울의 한파특보가 핸드폰의 진동으로 수시로 뜨는 알림 소리가 적막한 집안의 공기를 삼킨다.
나는 타자를 계속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속 속삭임들을 꺼내 놓고 있었다. 무엇에 홀린 듯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있었다.
마음을 꺼내 놓다 보니 조금씩 감정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배설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육체적 배설 못지않게 심리적, 정신적 배설 또한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의 덩어리들을 꺼내 놓는다는 것! 그것은 배설이고 다시 생성될 수 있는 여지의 공간이다. 숭숭한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