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사랑하는 사람

-남편의 취미

by Sapiens


식물

며칠 동안 집을 비울 예정이어서 신영은 하루하루 집안을 살피며 물건을 챙기고 정리 정돈을 하고 있다.


“여보 현관에 있는 나의 자식들 물 챙겨주고 오세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신영은 짜증이 났다. 챙기고 정리해야 할 것들도 많은 데 하필 현관에 있는 나무에 물까지 매일 챙기고 오라고 성화다.


사실 지난번 집을 비울 때는 깜박해서 집에 돌아왔을 때 거의 아사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볼 때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신영은 집안에 무엇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임을 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 어릴 적 키우던 붕어도 모두 내가 청소하고 정리 정돈해야 하는 일이 되었고 더 끔찍한 일은 어느 날 아침 사체로 발견된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신영은 식물이건 동물이건 집안에 키우는 일을 자제하는 편이다.


“너희들이 책임질 수 없다면 선택하는 것은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해.”


그렇게 아이들은 그 이후로 햄스터 외엔 키워보지 않았다. 햄스터도 저세상으로 보내준 이후로는 집안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만은 예외다. 식물 키우기를 너무 좋아하는 편이라 취미생활을 부정할 수가 없다. 좁은 베란다에서 뚱뚱한 몸집으로 쪼그려 앉아 정성껏 토마토, 고추, 상추 등 살피는 모습은 정말 감동할 만하다.


육지로 발령이 나면서 이제 베란다 식물들은 정리가 되었다. 유일하게 집 안에 있는 식물이라곤 현관에 있는 고무나무들이다. 네 개의 화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며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가끔은 영상통화를 하며 식물을 보여달라고 주문을 하기도 한다. 신영이 물을 잘 챙겨주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신영은


‘정성과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느끼곤 한다. 그래서 미워할 수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고 보면 신영은 스스로 나는


‘사랑이 부족한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살아 숨 쉬는 생물이기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비치는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현관에 있는 고무나무에 물을 듬뿍 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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