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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그 친구 콧물 닦은 하얀 휴지

by Sapiens


봄 향기에 취할 때 코끝이 간질간질할 때가 있다. 지금은 엄동설한, 한겨울이다. 벙개 모임으로 모임 멤버들끼리 모임이 있었다. 어린아이들 마냥 하하 호호 웃으며 글쓰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멤버의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하더니 콧물을 푼 휴지들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밖은 간간이 하얀 눈송이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거실에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덕에 온기가 가득했다. 더구나 따뜻한 차와 커피가 온기를 더해 주었다.


절기상 대한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이 절기가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갔지만,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아서 그런지 다음 날 아침부터 코가 간질간질거린다. 그러더니 콧물이 흘러내린다. 아뿔싸! 그 친구 콧물 닦은 하얀 휴지가 떠올랐다.


항상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면 초기에 약을 챙겨 먹는 타입이라 집안에 약봉지를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먹던 약이 없었다.


마침 책을 입고하러 가야 했고, 작은 도서관 사서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병원에 들른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서 볼 일을 최대한 빨리 보고는 병원으로 가서 약만 타고 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얼른 약을 먹고 줌 수업에 들어갔다. 말을 하는데 자꾸 콧물이 흘러내리고 코점막이 간질간질거렸다. 뜨거운 물에 홍삼차를 타고 수업에 임했다. 홀짝홀짝 마시며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느 순간 약 효과가 났는지 콧물이 멈추었음을 알아차렸다.


다행이다는 생각에 그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는 감기가 나았는지, 몸은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다. 마침 톡으로 차 마시자는 문자에 웃음이 ‘피식’ 난다.

‘잘 살아있군!’

지난 생일이지만 맛난 커피를 산다는 동생이 참 고맙다. 투정 부리는 모습도 귀엽고, 열심히 사는 모습도 기특하다.


간질간질 누군가 찾아와 흔들어대면 정신없이 혼돈스럽다. 그렇지만 멈추어 다시 제정신을 차리면 우린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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