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정도
눈사람이 두 손을 활짝 펴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다.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겨울날이다. 떨어지는 눈송이는 솜털처럼 따뜻해 보인다. 눈사람은 불안한 표정은커녕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누구나 불안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작은 일에도 극도의 불안이 찾아와 일상을 침해하는가 보면, 어떤 이에게는 소소한 일이 되어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시시한 감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이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가 섞이며 형성되고 그 사람의 기질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다. 폭설이 내리는 날, 누군가는 다음날 출근길을 걱정하는 불안의 감정이 찾아오며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눈 속에서 맘껏 뛰어노는 상상을 하며 그 순간을 감탄의 감정으로 가득 메우기도 한다.
이처럼 불안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여러 요소로 인해 발생되는 불안이라는 감정은 때론 병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나 또한 공황장애로 인해 많은 불안 속 존재하기도 했었다. 내 경우 어릴 적부터 타고난 성향의 기질적 특성으로 여겼기 때문에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하지만 많은 관계망 속에서 부딪히고 상처를 받으면서 불안의 정도에도 레벨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뱉고 나서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의 정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는 자신의 내면 속 자아의 의지에 달렸다. 문제를 삼을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는 자신의 태도와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약물이라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약물은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다.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형성되지만 그 관계망 속에서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불안 속에 존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나는 불안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혼 속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때 불안은 작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날 눈사람이 내리는 눈송이들을 행복한 감정으로 품 속에 받아내는 것처럼 우리도 던지는 화살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추운 겨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