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노트
연말이면 여러 곳에서 받는, 보내오는 수첩이 있다. 새 다이어리이다. 대부분 어두운 색의 하드케이스로 덮여 있어 고급스럽고 잘 낡지도 않는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 노트는 해가 바뀌어도 내 곁에 존재하는 친구가 되고 있다.
책이라는 세상 속에서 작은 세상과 만날 때,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 다이어리를 펼치고 수기로 적어 내려 간다. 지금까지 수십 권의 새로운 세상이 책꽂이에 꽂혀있다.
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 안에서, 병원에 입원할 때, 드라이브를 갈 때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주어질 때 등 자주 동행하곤 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해석과 느낌으로 다가온다. 때론 친구처럼 위로해 주기도, 때론 스승처럼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트리거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다른 모습을 한 보물 같은 존재이다.
그러다 아들의 패스를 내밀던 어느 날부터인가 매년 새로 들어오는 다이어리가 아닌 파일 속에 남겨두고 있다. 쓰다 보니 편리성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자판을 두드리며 친구와 스승들을 만나며 기록하고 있다.
다이어리에 담긴 글들을 보며 뿌듯함과 행복감에 젖으며 애지중지 지니고 다녔다. 그리곤 소중히 다루며 한 권 한 권 늘어날 때마다 든 생각이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나에게 온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 1호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정성껏 한 세상을 적어내려 갔다.
아이들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재산은 물려주지 못하지만 내가 너희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지혜가 담긴 재산 1호라는 말을 한다. 그러니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었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힘들 때, 어떤 문제 상황에서 방법을 찾지 못해 허우적거릴 때, 한 번쯤 펼쳐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 다이어리는 펼쳐볼 때마다 다른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당시 놓쳤던 부분들이 재해석되며 나의 지혜의 그릇을 넓혀주고 사고의 깊이를 깊게 해 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참 감사한다. 그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세상의 이야기들은 나를 정화시켜 주고, 그와 만나는 시간은 힐링의 순간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게 항상 동행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로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존재이다. 삶이 힘들 때마다, 마음이 허할 때마다, 누군가 그리울 때마다, 내 손길은 그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그는 내 인생길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