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건,

by Sapiens

병원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건,



어제는 친정오빠에게 밑반찬을 사다 주고 오려고 딸아이와 함께 오빠를 찾았다. 오빠는 아파트 앞에 나와 있었고 손에는 담배 하나를 쥐고 맛있게 피우고 있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허공 속으로 내뱉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 하나, 자신의 육신의 소리보다 마음의 욕구를 먼저 듣고 행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육체에 해를 주는 담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흡연자들은 점점 중독되어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오빠와 만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헛기침과 가래 끊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통풍치료를 받았다는 말에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잔소리를 쏟아냈다. 이제 거의 회복되었다는 말을 하는 오빠의 모습은 참 많이도 초췌해 보였다. 얼굴은 자신이 살아온 흔적이라고 하는데 오빠의 삶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다. 내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인생의 큰 굴곡들이 파노라마처럼 생성되어 사라진다.



이윽고 딸아이의 손을 물리치료하기 위해 오빠가 잘한다는 근처 정형외과를 찾았다. 다행히 대기 손님이 많지 않았다. 잠시 후 이름이 불리고 원장님과 상담을 하였다. 친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료실을 나오고 우리는 X-ray를 찍기 위해 잠시 대기하였다. 순조롭게 사진을 찍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태도가 바뀐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일주일 동안 타 지역을 다녀와야 한다는 말에


“그럼 물리치료는 그곳에 가서 받든 지 하세요.”


이야기하신다. 나는 다녀와서 열흘이 시간 동안 열심히 다니면 되지 않겠나 싶어 물리치료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심기가 왜 불편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전의 친절함은 사라지고 독단적 표현으로 불쾌감을 내뱉고 있었다.



순간, 나는 이 의사의 인성을 보게 되었다. 진료실 문을 닫으며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인의 첫째 조건이 무엇이겠는가? 자신들도 의사가 되기 전 히토크라테스의 선서를 했을 터인데, 처음의 마음은 어디 가고 진료실은 환자와 흥정을 하는 시장통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지나치지 않았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일은 중요하다. 신뢰를 얻었을 때 환자와 의료인은 한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집 근처 병원이 우리 집 주치의로 당골병원들이 있다. 오늘 오빠가 추천한 의사가 우리에겐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다시 찾고 싶은 병원은 아니었다.



백세 시대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고 있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의학기술과 AI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래에는 의사가 사라지는 직업군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읽고 대하는 간호사의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생각난다.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기술은 AI가 대신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리라, 의료인들은 서비스업이다. 물론 서비스를 직업으로만 행한다면 스트레스에 그들도 에너지를 소진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할 때 어떤 마음과 자세로 하느냐? 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삶의 질 또한 높아지고 더 나은 서비스를 찾게 되어있다. 부단 의료인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의 교감과 상호작용이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정서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심적 안정감과 함께 마음의 문도 활짝 열리게 된다. 마음의 상처나 정신적인 질환에 많이 노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관계에 있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을 나오며 씁쓸한 생각은 부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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