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위한 꿈

'23년 <도서관 글쓰기 반> 글제-꿈

by 전해숙

여러분은 몇 살까지 살고 싶으신가요? 백 세 시대니 적어도 아흔 넘게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요? 그럼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셔야 합니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 수명은 그보다 10년 더 짧다고 하니까요. 내 발로 화장실 가지 못하고 내 손으로 먹지 못한다면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전 여든까지 사는 게 목표랍니다. 죽고 사는 것에다 목표라니요?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냐고요? 그마저도 자신이 없다는 말이지요. 워낙 약골로 태어난 데다 병원 이력이 많아 등록 안 된 진료과를 세는 게 더 빠르니까요. 헉! 그러고 보니 13년밖에 남지 않았군요. 그 시간만이라도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해요.

당연히 ‘건강하기’가 첫째 목표입니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건강 염려증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병이 한 가지 이유로 오지 않듯이 치료 또한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디선가 읽은 문구인데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넘쳐나는 건강 정보 중 제 몸에 꼭 필요한 것을 취해 종합적으로 실천한답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해요. 면역에 숙면은 필수 조건이라네요. 먹는 것도 중요하지요. Output이 Input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다른 사람 몸에 좋다고 내 몸에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요. ‘사람마다 다르다’라는 명제가 먹거리에도 적용되었을 땐 우리 몸이 위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답니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제게 알맞은 운동은 걷기입니다. 최근까지 꾸준히 즐겁게 하는 걸 보면 분명하지요. 낮에 걷기 운동을 한 날 밤은 수면의 질부터 확실히 다르답니다. 최근엔 더 중요한 것이 마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네요. 실제로 명상을 시작한 후로 몸까지 좋아지는 걸 체감합니다. 이렇게 노력하는 저를 신도 응원해주지 않을까요?

건강해지면 젤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입니다. 비유와 상징 함축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는 시는 도저히 접근 불가군요. 대신 산문은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량이 적어 깊이 있는 글은 쓸 수 없지만, 고희를 바라보는 삶이 모두 소재가 될 수 있겠지요. 칠순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은 종심(從心)입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으니 주책으로 보이진 않겠지요? 피그말리온 효과는 현실에도 있더군요. 제게도 기회가 왔답니다. ‘신중년 두근두근 내 인생 에세이 쓰기’ 교실입니다. 한 주에 한 편 쓰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처럼 즐겁게 뭔가를 한 적은 없었답니다. 명필은 아닐지라도 읽고 나면 가슴 따스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쓰는 동안 제가 즐겁고 마음 훈훈해지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아직 시작 못 했지만,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캐리커처랍니다. 대상을 과장하여 풍자와 익살을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하네요. 아뿔싸! 처음 시도는 야유를 위해서였다는군요. 상관없습니다. 전 특징만 살려 예쁘게 그리고 싶으니까요. 왜 배우고 싶냐고요? 잠깐 왔다가는 세상에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가요? 부모 자식, 형제, 부부, 친구와 지인으로 만난 모든 이가 너무 소중한 분들입니다. 인연에 감사하며 그들 얼굴을 그려서 기억 저장고에 담으렵니다. 마음에 들어 하면 선물도 하고 싶어요. 서툴게나마 자신을 그려준 제 마음을 이해한다면 받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지만, 도전은 꼭 해 보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망이 더 있군요. 여행입니다. 계획만으로도 설레고 준비하면서 신나고 다녀온 후 여운으로 행복한 것으로 어디 여행만 한 게 있을까요? 체력이 따라줄 때 몇 번 해외여행을 다녀와 참 다행입니다. 돈과 시간 여유가 생겨도 체력이 안 돼 갈 수 없을 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답니다. 해외여행은 가장 먼 곳부터 가라던 조언이 새록새록 실감 나는군요. 대신 국내 구석구석을 돌아보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네요. 참 신기하게도 이젠 남편이 최고로 편안한 여행 동반자입니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줄 사람은 배우자라는 말에 점점 더 자주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번 봄엔 어디부터 갈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군요.

꿈은 어릴 때만 가지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돌아보니 언제나 있었어요. 거창한 포장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나이 따라 다양하게 꾸고, 이루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했군요. 이젠 13년을 위한 꿈을 품어 봅니다. 잘 이루어질지 그 기간도 못 채울지는 신만이 알겠지요. 하지만 소망 없이 사는 매일은 얼마나 건조할까요? 여든 이후 시간은 특별 보너스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땐 또 무엇을 소원할까요? 있기나 할까요? 삶은 끝까지 정답이 없네요.

작가의 이전글또 하루 특별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