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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Jun 30. 2022

시험은 언제나 힘들어  

국민체력 100  체력인증

     

27일 오후 부안 읍내 본서 4층 강당에서 국민체력 100 체력 평가를 받고 왔다.

전날 기상 악화로 위도 파장금 항에 배가 묶여 있었고 야간 당직 서느라 깊은 잠을 못 자 피곤했지만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우리나라 체력 평가에는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가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 있어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피평가자 들은 힘든 것 같다.   50살이 넘으니 매년 하는 평가가 이제는 귀찮고 버겁게 느껴진다.


물론 나이에 맞게 각 항목마다 평가 기준이 있어 나름 배려해놓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가 항목은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

등 6개 항목이다.


 평가 방법이 어느 한 과목을 넉넉하게 잘해서 좀 부족한 종목을 메꿔주는 게 아니라 여섯 평가 항목 중 한 항목만 만점을 못 받아도 1등급을 받는데 실패하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평가 시스템이다.

    

배드민턴을 10년 넘게 하고 있어서 순발력이나 지구력 등은 연령 대비 월등한 성적으로 점수를 상회했다. 문제는 유연성 테스트다. 얼마 전 고장이 난 허리 때문에 팔을 앞으로 쭉 뻗고 평가 기준선까지 최대로 숙여야 하는 허리 굽히기가 당최 되지를 않는다.

억지로  상체를 앞으로 굽히니 “으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허리가 찌릿찌릿하다.

     

올해 내 나이 기준 유연성 테스트 기준점수가 1등급은 13.9  2등급은 9.3  3등급은 4.7이다.

내 점수는 1등급과는 한참 거리가 먼 7.5 거의 3등급이라 보면 맞다

    

'이 종목은 좀 없어지면 안 되나?' '에이 2002년도 지방도로에서 뒤차가 추돌사고만 내지 않았어도, 허리 수술만 안 했어도 잘할 수 있었는데' 뭐 이딴 식의 구차한 핑계를 대 본다.   

   

젊은 평가관이 2회 차 기회까지 주었지만 유연성 평가는 확실히 결과가 좋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 한 과목 때문에 올해도 1등급을 못 받고 3등급을 받아 속이 상했다.

이건 뭐 요가나 필라테스라도 해서 유연성을 길러야 하나 생각이 많아진다.

      

작년에도 꼭 이맘때 이런 기분으로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냈다. 일 년을. 생각은 하지만 고민하고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무심해지는 나 자신의 어리석을 탓해본다.

     

승진하는데 체력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것도 아니어서 잠시 잊고 지내다가 평가 시기가 되면 무엇이든 좀 해야 하나 하는 간사한 생가을 반복하는 잊힌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같아서 스스로 막  애잔하다.

     

한해 한해 나이는 먹어 가는데 어떤 평가를 받거나 내가 노력한 결과물(사격, 수영 같은 평가, 교육, 훈련 등등)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일상이 썩 달갑지가 않다.

     

기억력이 자꾸 떨어지니 암기를 해서 문제를 푸는 승진시험이 나 팥죽 땀을 흘리며 오래 달리기에 매달리며 헉헉댄다거나 하는 일련의 테스트들을 투덜 되고 귀찮아하면서도 끝까지 해내고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애처롭다는 얘기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절로 어깨춤을 출 텐데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 즐겁지가 않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잘 살고 있으니 스스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요새는  그저 흘러가는 데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순발력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 친절한 사무실 후배가 “부장님 이거 뛰다가 많이들 넘어 지시거든요 조심하세요. ”하며 살갑게 챙겨준다. ‘걱정 말거라 인마!  나 아직 겁나 짱짱하단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주 좋은 성적으로 거뜬히 미션을 완성하자 주변에서 “오~ 아직 살아 계시네요. 턴 시간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한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이고 나이 먹어가는 선배에 대한 립서비스 인지 뻔히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 싱긋 웃으면서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으스댔다.

      

이날 다친데 없이 체력 평가는 잘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체력 평가보다 건강지표인 인바디 검사에 더 관심이 갔다. 인바디 검사란 몸의 구성 성분인 수분, 지방, 단백질, 무기질을 분석하여 비만 분석뿐 아니라 영양상태가 좋은지, 몸이 부었는지, 뼈가 튼튼한지 등 인체 성분의 과부족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나는 스스로가 봐도 너무 날씬한데 이 기계가 원하는 적정 체중이 62킬로다. 일명 경도 비만. 20대 미 청년으로 돌아가 슈트를 소화할 나이도 지났는데 중년의 후덕함과는 거리가 먼 너무 칼날 같은 수치다

    

52세 된 중년 남자 몸무게가 62킬로 라면 문제가 좀 있을 것 같다.

계량화된 수치와 세상의 기준에 맞추다 보면 피곤 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맛있는 음식 먹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면 그게 큰 행복이다. 앞으로도  눈에 보이는 세상 평가기준에 집착하지 않고 객관적 잣대에 연연하지 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많이 하며 살고 싶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구속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며 지천명에 맞은 여여한 삶을 꿈꾼다.

    

장마라는데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바람만 휑 세차게 불어댄다. 너무 불어 정신까지 사납다.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바삭한 부추전과 정읍 유명 막걸리 송명섭 생막걸리가 급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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