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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씨의 행복한 배드민턴

쉰 중년 아니고 신나는 중년

by 파랑나비


by파랑 나비 2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경기

(이용대 이효정 선수 금메달 )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산산이 부셔주겠어


배가 부르면 동작이 둔해지고 순발력이 떨어질까 봐 저녁식사를 거르고 민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 한다.

"아이고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두 번은 갔겠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아내의 지청구. 맞는 말이다.

타고난 운동신경도 별로인데 나이 마흔이 넘어 어쩌다 민턴에 빠져서는....



50분 운전 후 군산에 있는 체육관에 도착, 가벼운 몸풀기를 시작으로 오늘도 나의 민턴은 시작된다.

내 나이 올해 50 쉰 살. 내 솔메이트 종일이는 반백살이라 놀리기도 하고 함정 동생 민식이는

신중년이라고 응원도 해주는 그런 나이. 많은 것을 내려놓기에는 아직 젊고, 뭔가를 열정적으로

시작하기에는 자신감 결여로 다소 어정쩡한 나이.


8년 전 가을, 아내와 함께 밤 산책을 나갔다가 집 근처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4명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셔틀콕을 치고 있는 모습에 반해 민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수터에서 민턴 치는 어르신들 플레이 정도 생각하고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이 민턴이란 운동이 접근은 쉬어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 난도 높은 운동임을 금방 깨달았다.

25점 스코어 중에 그 당시 40대인 내가 뽑은 점수는 단 7점.

입에서 단내가 날만큼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나의 패배였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10개월간 성실하게 레슨을 받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나서야

고령의 무림 절대 고수 두 분을 격파할 수 있었다.



구력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타고난 운동 체질은 아닌 탓에 큰 대회 입상은 못하고 소소하게

거주하고 있는 익산시 40대 D급 우승을 한 게 수상의 전부이다ㆍ

직장 근무여건상 매일 나가지는 못하고 딱 반백살의 나이에 맞게 코로나로 어수선하고 날도 무더운

한여름에 건강 증진을 위해 주 2회 정도 나가서 열턴 중이다.



민턴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배드민턴은 주로 인근 초. 중. 고 학교 체육관에서 18시 이후 시작이 되고, 남자든 여자든 두 사람이 짝을 이뤄 25점 복식경기로 진행이 되며, 상대편을 공격하는 스매시, 드라이브, 드롭샷, 하이클리어의 각종 타구 방법들이 있다.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 민턴에 열을 올리며 코트 안에서 셔틀콕을 쫓아다니는 회원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저놈의 민턴이 뭐라고. 동호인 인구수 30만. 등산, 축구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생활 체육중 하나라는, 라켓을 잡고 이 민턴의 세계에 뛰어드는 순간 중독성이 강해 쉽게 민턴을 접거나 다른 운동으로 이탈하지 못하는 고약한(?) 특성이 있다.

최고 시속 300킬로를 웃도는 셔틀콕으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다 보면 민턴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나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때는 송곳 같은 스매시와 드라이브처럼 강한 모습으로, 업무와 인간관계로 갈등을 빚어 사는 게 술술 풀리지 않을 때에는 네트 앞에 살짝 떨어지는 드롭과 헤어핀처럼 부드러운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



긴 인생을 앞만 보고 냅다 달리다 보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때로 쉬어가기도 하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잘 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배드민턴의 각종 플레이들은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



구력 10년이 다 되어 중급자가 된 내가 게임 중 실천하는 것 두 가지

첫 번째, 초심자를 내편으로 데리고 들어가도 잔소리 금지, 체력 좋은 젊은 후배들이 나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 놀아줄 때 잘하자

두 번째, 코트에 들어서면 경기 시작과 종료 후 깍듯하게 인사 잘하기 왜? 돈 안 들고 내 이미지 드높일 수 있으니까

이런 다짐을 하고도 가끔은 꼭 이기고 싶은 경기가 있어 코트 안에서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신중년 이 되어서도 여전히 승부욕을 온전히 다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적어도 아직은 고문님이나 원로가 되기 싫은, 코트 안에서 만큼은 여전히 멋진 현역을 꿈꾸기 때문이겠지.



한해 한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쉰 중년. 동호회에서 만난 직장동료와 소중한 인연들

항상 좋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늘도 아내의 등짝 스매싱(?)이 언제 날아올지 몰라 가슴을 졸이면서도 발길은 자연스레 체육관으로

향한다.

용대 선수처럼 멋진 점프 스메싱을 구사할 그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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