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빵
감동을 주는 빵이 찾아왔다
우리 동네 버스정류장 앞에는 빵집 이하나 있다. 매년 바뀌던 주인이 이번에는 2년째 바뀌 지 않고 있다. 그 바뀌는 이유야 누가 보아도 간단했다. 만드는 빵이 맛이 없고 주인도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식구 중에서 막내 딸아이와 집사람이 빵을 좋아해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빵집에 들른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막내의 판정은 그때마다 역시 ‘아니올시다’로 결론 났다.
이번에 바뀐 주인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시내 유명 빵집에 들르는 것을 깜박 잊은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평소 같으면 사람이 들어오든지 말든지 신경 도 쓰지 않던 주인이었던데 웬일로 인사를 사냥하게 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사를 한 주인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후덕하게 생긴 아주머니였다. 빵 맛도 두 달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동네 아주머니들 말로는 경기도 과천에서 빵집을 제법 규모 있게 하다가 시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졌다는 말을 듣고 남편의 고향으로 이사를 와 두 달 전에 빵집을 인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 빵집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동네 사람들 사이에 회자됐다.
그 아주머니는 단골들에게는 전화번호를 남겨 놓으면 ‘빵이 나왔습니다’라는 문자도 넣어준다고 했다.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그날 구운 빵이 남으면 곧바로 동네 경로당이나 공부방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아이들의 간식거리로 내어 놓는다는 것이다.
하루는 빵집 앞에 4,5살 된 꼬마들이 장사진을 치고 서 있었다. 보아하니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는 동네 꼬마들이었는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저마다 빵을 하나씩 받아 들었는데 아이들마다 받아 든 빵의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었다.
누구는 하얀색의 끼 모양, 누구는 초콜릿색의 햄스터 모양, 심지어 어느 아이는 악어 모양의 미니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이 케이크는 아침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평소 빵집을 들릴 때마다 무슨 모양을 좋아하는지 물었다가 그 아이를 위해 특별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구워주는 것이었다.
그 빵집은 몇 일되지 않아 이웃동네에서 까지 빵을 사러 오는 ‘맛 집’으로 변했다. 특히 인근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에서 간식거리를 주문하는 곳이 늘었다고 한다.
소문을 들은 어느 날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주문하러 그 빵집에 들렀다. 일주일 전쯤 내가 만드는 신문 맛 집 코너에 ‘이색 맛 집’으로 소개를 한터라 주인아주머니는 더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내게 이러이러한 취지로 집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하니 스케치북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언뜻 보아도 내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사흘 뒤 결혼기념일이 돌아왔다. 주문한 케이크와 와인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나절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터라 집사람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곧이어 펼쳐 놓은 케이크는 집사람에게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그동안 속을 석인 허물이 한순간에 날아가듯 집사람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 케이트에는 하트 모양에다 그 중앙에는 무릎을 꿇고 장미 다발을 바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케이크 탓인지 몇 개월이 지나도 집사람의 감동받은 표정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날 때마다 그 빵집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무수히 많은 빵집 중에서 우리 동네에 이런 빵집이 생겼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꼬마 아이들에게는 물론 내게까지 감동을 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빵을 굽는 이 가게가 번창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은 2013년 10월 애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