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장 통닭집 테이블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내가 투석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종합병원 근처에 전통시장이 있다. 여느 시장과 별다른 풍경은 아니지만 이 시장에는 유달리 오래된 음식점들이 많다. 워낙에 가려야 음식이 많아 눌러 않아 음식을 먹을 처지는 못 되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듯 들리는 가게가 있다. 중년의 부부가 장사를 하는 곳인데 남편은 한쪽에서 통닭을 튀기고 아주머니는 반대편에서 회를 썰어 판다. 물론 홀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라고는 고작 4개밖에 없어 앉을 엄두를 못 내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받아가기 일쑤다. 일종의 테이크아웃 가게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돼 있다.
그 가게에 1년여 전부터 단골로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고객이 있었다. 할머니가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으니 나와도 면식이 있을 뿐 아니라 환자 동료다. 처음 할머니를 봤을 때는 퉁퉁한 편이었으나 이 병이 다 그렇듯이 1년 여가 지나자 체중이 줄어 반쪽이 됐다. 할아버지는 이 같은 상황이 안쓰러워서인지 할머니에게 틈만 나면 영양가 있는 무엇인가를 먹이려 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대동하고 이 통닭집을 자주 찾으시는 것도 할머니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닭고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할아버지는 주위 시선과는 아량 곳 없이 구석 자리 테이블에 마주 앉아 손수 닭고기를 찢어 할머니의 입에다 넣어 주시 곤 한다. 주위에서 이 광경을 시켜 본 아주머니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이는가 하면 혹자는 젊은 시절에 얼마나 할머니의 속을 썩였으면 노년에 저렇게 하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관심은 온통 할머니가 받아먹는 닭고기에 집중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집게손가락을 입에다 갖다 대며 주치의 선생에게는 비밀을 지켜 달라며 무언의 부탁을 한다. 나는 그때마다 손가락으로 둥근 원을 그려 OK사인을 보낸다.
맞은편 테이블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단골손님 역시 60대 초반의 아저씨 부부다. 아저씨는 술을 좋아한다. 그런데 혼자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아주머니를 불러낸다. 얌체스러운 것은 혼자서 미리 소주 두어 병을 마시고 난 후 아주머니를 불러낸다. 아마도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 간혹 테이블을 내리칠 때마다 주인장은 물론 내 가슴도 쓸어내린다.
그밖에 이 가게에는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온 아주머니가 뼈를 발라가면 닭고기를 먹일 때 앉는 테이블, 근처 회사에서 부서 회식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긴 테이블, 통닭과 회를 동시에 시켜놓고 술만 마시고 나가는 고물장수 아저씨가 앉는 1인용 테이블이 있다.
주인 내외는 이 자리에서 2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니 이 가게 테이블을 스쳐간 손님만도 수천 명은 넘지 않을 까싶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까.
아직 그 테이블은 부지런한 아주머니 덕택에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로 멀쩡하다. 애초 만든 가구회사가 아직 존재한다면 사내 박물관에 갖다 놓아도 무방할 정도로 고가구가 다 됐다.
오늘도 그 가게 앞을 지나며 누가 어느 테이블에 앉아있나 힐긋힐긋 보며 지난다. 테이블에 앉아 경상도 특유의 큰 목소리를 자랑하며 이야기를 나는 이들이 부럽다. 마음은 그들과 어울려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 그 집 테이블은 내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허름한 시장 안 가게의 테이블이지만 오늘따라 무척 앉고 싶어 진다. 그 테이블에는 수십 년 동안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안주가 되어 올려져 있다. 그곳에서 흉금을 터놓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날을 기다린다. 그 테이블은 기다려 줄는지... 그런 날이 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