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쯤 있을까
재환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뒷집처녀는 대놓고 눈이었으면 하지만
이곳이 남녘임을 잊은 탓이리라
해는 달인 듯 아래동네 과부인 듯
산 아래 누구에게
잡힌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오른다
창밖 아지랑이가 스물스물
자신을 말리다 말고
창안으로 얼굴을 드리운다
밤새 단장하고
마지막 립스틱까지 발랐으니
뽀샤시하다
제 역할을 다 했음이다
이제 내 차례다
겨우내 고여 있어
뜨거워진 폐 속 공기를
마음껏 토해낸다
두 팔 벌려 성급히
봄을 마중한다
텃밭에서 겨울을 보낸
이름 모를 새싹도
두 팔 벌려 싹을 틔운다
오늘은 봄을 만나기 100미터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