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랑의 기억
재환
노란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 기상캐스트를
나는 사랑했지
세상을 살면서 맑은 날이 비 오는 날 보다 많다는 것을 알 즈음
나는 그녀가 미워졌지
그녀는 이벤트를 벌인 거야
하지만 나는 어느 날부터 그 이벤트를 기다리게 됐지
노란 비옷을 입으면 더 신이 난 그녀가
정말로 신나도록 나는 기도했지
봄비가 한창인 어느 날 그 빗물에 나의 사랑은 식어갔지
노란 비옷마저 싫증이 난 거야
나와의 이승에서의 연은 여기까지 인가
그녀가 신앙처럼 여기던 날씨도 변덕을 부려
그녀를 더 이상 TV화면에서 볼 수가 없었네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사랑했을까
나는 눈으로, 그녀는 가슴으로 사랑했음을 느꼈지
그녀가 TV속에서 나와 내게 안겼지
그 순간 타인들에게는 꽃비가 내렸고
우리에게는 봄비가 내렸네
사랑에 취해 있으면
봄비가 꽃비가 되고 꽃비가 봄비가 되지
곧 30° 화주(花酒)에 취한 봄은 지나가겠지
곧 장마가 찾아와 그녀는 그 노란 비 옻을 입게 되겠지
우리의 이별도 서서히 준비해야겠지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인생인 거야
나도 이제야 안 거야
너를 잊기 위해선 TV를 끄면 돼
아마도 너와 나는 풋사랑을 한 거야
저 기억의 한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