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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Feb 11. 2023

# 시가 있는 봄(43)-봄, 사랑의 기억

봄 사랑의 기억

                                         재환

노란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 기상캐스트를

나는 사랑했지

세상을 살면서 맑은 날이 비 오는 날 보다 많다는 것을 알 즈음

나는 그녀가 미워졌지

그녀는 이벤트를 벌인 거야

하지만 나는 어느 날부터 그 이벤트를 기다리게 됐지

노란 비옷을 입으면 더 신이 난 그녀가

정말로 신나도록 나는 기도했지

봄비가 한창인 어느 날 그 빗물에 나의 사랑은 식어갔지

노란 비옷마저 싫증이 난 거야

나와의 이승에서의 연은 여기까지 인가

그녀가 신앙처럼 여기던 날씨도 변덕을 부려

그녀를 더 이상 TV화면에서 볼 수가 없었네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사랑했을까

나는 눈으로, 그녀는 가슴으로 사랑했음을 느꼈지

그녀가 TV속에서 나와 내게 안겼지

그 순간 타인들에게는 꽃비가 내렸고

우리에게는 봄비가 내렸네

사랑에 취해 있으면

봄비가 꽃비가 되고 꽃비가 봄비가 되지

곧 30° 화주(花酒)에 취한 봄은 지나가겠지

곧 장마가 찾아와 그녀는 그 노란 비 옻을 입게 되겠지

우리의 이별도 서서히 준비해야겠지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인생인 거야

나도 이제야 안 거야

너를 잊기 위해선 TV를 끄면 돼

아마도 너와 나는 풋사랑을 한 거야

저 기억의 한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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