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숲 이야기) 5) 숲에서 찾은 세대 공감
숲의 치유능력을 믿어요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할머니, 이런 일은 제가 해야 죠”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의 첫 만남에서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할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첫 숲 놀이가 시작되기 전 며칠간의 걱정은 기우임이 드러났다.
사실 당초 주위 분들과 내가 아는 산림교육전문가들 대부분도 “처음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잘 어울릴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았던지라 내심 걱정이 태산 같았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노인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싫어할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믿어 보기로 했다.
요즘은 과거 한집안에서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대가족 시대와는 달리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드물고 아이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집에서 함께 살아본 경험이 없으니 이런 시도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분위기를 만든다면 오히려 이런 가족제도의 변화 때문에라도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동경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주 만날 수 없는 친손자, 손녀를 대신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세대공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내가 고문을 맡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숲과 사람’이 올해 녹색기금을 지원받아 펼치는 ‘숲에서 찾은 세대공감’ 프로그램은 이런 취지로 시작됐다.
첫 한 달 간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시작 전 섭외를 하던 때와는 달리 양로원, 요양원 등 복지시설의 원장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는지 참여를 타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1회성 행사가 아닌 한 달 동안, 3회에 걸쳐 시행된다는데 매력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 프로그램은 1,2회는 숲 체험원과 생태공원 등 인근의 산림복지시설에서 진행되고 마지막 3회 차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버스에 함께 타고 조금은 멀리 떨어진 숲으로 나들이를 간다. 특히 3회 차가 되어 숲 나들이를 갈 때는 이미 2차례 만남에서 친해진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부축하거나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 서먹서먹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세대공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가 않게 된다.
“할아버지, 재료는 제가 구해 올게요. 할아버지께서는 옛날 전공을 살려 집을 지으세요”
“그래라, 재료를 구해오면 우리 서로 의논해 함께 집을 지어보자꾸나”
아이들은 숲 속으로 집을 지을 재료를 구하러 달려가고 그사이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경험을 살려 집을 설계하고, 사용할 재료를 요리조리 따져 본다.
2시간여 만에 완성된 집을 놓고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 웃거나, 제일 잘 지었다며 시상 팀에 호명되기라도 하면 서로 껴안고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 이런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친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인지, 프로그램 때문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이인지 분간할 수가 없게 된다.
2번의 숲 체험을 하고 난 후 인근 숲으로 버스를 타고 숲 나들이를 나갈 때면 1:1로 매칭 된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동센터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고 손주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할수록 당초에는 양로원이나 요양원의 원장들이 더 관심을 가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아동센터 원장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한쪽 부모가 없거나 방과 후 혼자 남게 되는 결손가정인 경우가 많아 정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다. 모 원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난 후 아이들의 태도나 정서가 달라졌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사도 덤으로 얻는 것이 있다. 회사 내에 자원봉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회사의 형태가 사회적 협동조합 인지라 평소에도 봉사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지만 유독 이 프로그램에는 참여를 희망하는 숲 해설가 선생님들이 많다. 수당을 받고 참여하는 선생님이 2명이 있지만 이 인원으로는 3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감당하기가 버겁다는 것을 잘 알기에 봉사에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지난달부터는 참여를 타진하는 양로원, 요양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다 받아들일 수 없어 안타깝다.
산림복지 관련 기관이나 의료보험 공단 등의 관심과 지원, 참여가 절실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요양원 측의 사고의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통상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식사나 교통편 등 과도한 지원을 바라거나 무료로 진행해 줄 것을 바라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경우 교통편도 점심식사도 요양원 측에서 해결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짜병’이 이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야유회 대신 숲 놀이를 가고 싶은데 좀 진행해 주실 수는 없나요?”
며칠 전에는 ‘인공신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이 병원 원장님이 산림교육과 숲 치유의 효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상당히 있는 듯했다. 원장님으로부터 들은 투석환자의 실상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절실했다. 원장님의 말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320여 개 병의원에서 10만여 명의 투석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1주일에 3번씩 한 번에 4시간씩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데 장기 투석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스트레스와 자괴감으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있다고 한다. 그 보호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인공신장실 운영하는 병의원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차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단순 야유회보다 숲 체험과 치유가 필요하다며 프로그램을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주말에도 경북 영양군 수비면의 휴양림으로 숲 체험을 떠날 예정이다.
지난번 숲 놀이가 끝난 뒤 두 손을 꼭 잡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던 한 할머니와 아이의 작별 장면이 떠오른다.
오늘 밤에도 어떻게 하면 숲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 간의,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형성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 늦은 잠을 청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