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커피
재환
넌 처음 보는 내게 하트모양을 그렸지
가슴 뛰는 나를 확인하고선
부끄럼을 탄 넌 잔속으로 사라졌지
내가 뭔가를 표시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입술을 갖다 대면
넌 부끄러워 거품이 되었지
너는 마치 내가 스무 살 즈음에 만났던
긴 생머리 여자아이와 마시던 커피 향을 기억해 내듯
창가 구석자리에 어울리는 커피 향을 만들고 있었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가
아메리카노가 아닌 들
에스페로소가 아닌 들 어떠랴
어쩌면 커피 향 보다 진한 추억이
이제 막 볶아지고 있는데
내 사랑, 내 추억
30년쯤 떨어져 있는 옆 테이블로 옮아가
그 진한 커피 향으로 여인을 유혹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