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재환
불을 피운다
빈 솥에다 맹물만 넣어 불을 지핀다
좁쌀만 한 물방울이 맺힌다
솥은 뭔가 잔뜩 기대를 한 듯 땀을 흘린다
기다림 한 줌
그리움 한 줌
설렘도 한 줌 넣는다
끓는 물이 솥뚜껑을 들썩이게 한다
그 솥에서는 넣지도 않은 사랑이
넘치도록 펄펄 끓고 있다
내 죄는 아니다
난 단지 불만 피웠을 뿐이다
바람이, 꽃바람이
단지 사랑이 그리워
솥 안으로 스스로 들어갔을 뿐이다
아! 바람아, 무모한 바람아
널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아! 사랑아, 설익은 사랑아
잔불에라도 구워 익혀야 할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