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오랑 Apr 13. 2023

#시가 있는 봄(76)-사랑아!

사랑아!

                  재환

불을 피운다

빈 솥에다 맹물만 넣어 불을 지핀다

좁쌀만 한 물방울이 맺힌다

솥은 뭔가 잔뜩 기대를 한 듯 땀을 흘린다


기다림 한 줌

그리움 한 줌 

설렘도 한 줌 넣는다

끓는 물이 솥뚜껑을 들썩이게 한다

그 솥에서는 넣지도 않은 사랑이 

넘치도록 펄펄 끓고 있다


내 죄는 아니다

난 단지 불만 피웠을 뿐이다

바람이, 꽃바람이 

단지 사랑이 그리워

솥 안으로 스스로 들어갔을 뿐이다


아! 바람아, 무모한 바람아

널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아! 사랑아, 설익은 사랑아 

잔불에라도 구워 익혀야 할 사랑아.

작가의 이전글 #시가 있는 봄(75)-별빛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